북한 측은 "추가 핵실험"을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해 당분간 남북 및 북미관계도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 등의 반대로 김정은 등을 실제 ICC에 제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엔총회에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이날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 제안한 북한 인권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은 다음달 중 열리는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될 게 확실시된다. 지금까지 3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전례가 없다.
결의안은 먼저 북한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고문·공개처형·강간·강제구금 등에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책임규명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았다. 즉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안보리에 넘기고 안보리는 COI의 권고를 받아들여 북한 인권상황을 ICC에 회부하는 한편 가장 책임 있는 사람들을 제재하도록 권고했다. 지난 2005년 이후 10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됐지만 'ICC 회부 권고'를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의 오준 대사는 "유엔이 인권결의안에 ICC 회부의 필요성을 담은 것은 처음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유엔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예측 불가능한 중대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최명남 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이날 결의안이 통과된 뒤 기자들에게 "북한이 국제사회와 더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결의안을 거부한다"며 "미국과 그 추종자들이 자행한 비이성적인 인권공세는 우리가 핵실험 등 추가 조치를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다만 이번 결의안 내용은 상징성이 커 북한이 큰 압박을 받겠지만 유엔 본회의에서 채택되더라도 회원국에 대한 구속력은 없다. 또 결의안의 핵심인 ICC 회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에 가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제3위원회 표결 과정에서도 중국은 쿠바·시리아·이란 등과 함께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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