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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상수만 빼면 그대로?


"안상수만 없네." 한나라당 인사들이 요즘 들어 자주 하는 말이다. 7ㆍ4 전당대회(전대) 출마 물망에 오른 사람 중 지난 당 지도부 인사는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만 없다는 얘기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홍준표ㆍ나경원ㆍ서병수 전 최고위원, 남경필 전 인재영입위원장, 원희룡 전 사무총장 등이 전대를 고민하고 있다. 정두언 전 최고위원과 지명직 전 최고위원 등 몇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후보군에 포함됐다. 안 전 대표를 대체해 한시적으로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우여 원내대표-이주영 정책위의장 체제는 낯선 얼굴이다. 예전에는 주목 받지 못했던 인사들이라 '신주류 소장파'란 이름도 붙었다. 하지만 신주류ㆍ구주류 중 누가 새 당권을 쥐든 당 운영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당의 새 지도부는 출범 초기 당 우위 당정청 관계를 보여주겠다며 여러 차례 정부 측 군기잡기에 나섰지만 최근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대검찰청 중앙 수사부(대검 중수부) 폐지에 대해 찬반으로 팽팽히 갈렸던 당은 청와대의 반대입장이 전달되자 곧바로 반대로 가닥을 잡았다. 당은 원래부터 당장 폐지에 반대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중수부 폐지 같은 전문적인 정책을 잘 아는 법조계 의원들이 입장을 잇달아 뒤집자 비전문가 의원들도 동조하고 나선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를 감행했던 안상수 체제 때와 달라진 게 뭐냐는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지로 꾸려졌던 지난 지도부보다 '거수기' 거부 등 쇄신을 내건 새 지도부가 청와대에 움찔한다는 것이다. 만약 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정 전 후보자가 감사원장을 맡았더라면 대통령 측근 은진수 전 감사위원 구속 등을 부른 '저축은행' 사태로 흔들리고 있는 감사원과 현 정부는 더욱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신주류 소장파 지도부가 흔들릴수록 전대를 준비하는 전 지도부에게 힘이 실린다. 실제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지도부를 하겠다는 전 지도부 출신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도부를 바꿨더니 혼란은 혼란대로 있으면서 청와대에 끌려가기까지 한다는 이들의 비판을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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