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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아름다움이 세련미를 압도할 때가 있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가끔씩, 아주 가끔씩은 그럴 때가 있다. 오는 5월10일 개봉되는 새 영화 '두레소리'(감독 조정래, 배급 명필름)가 그런 영화다.
두레소리는 국악을 전공하는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와중에 합창단을 결성하고,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의 불안과 고민, 그리고 그들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다.
영화의 무대는 국립전통예술학교.
예고에 다닌다고 해도 다른 고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미래가 불안하고, 사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것은 이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영화는 이 작품에 음악교사로 출연하면서, 음악감독까지 맡은 함현상씨의 실제 경험에 '극적 요소'라는 당의(糖衣:설탕옷)를 입혀 그린 성장드라마다. 출연자들도 대부분 국립전통예술학교 합창반 출신들이다.
그런 만큼 영화에 매끄러운 구석이라고는 없다.
출연진 전원이 무명 배우들이라 스타에 의존할 수도 없는 구조다.
다만 도드라진 구석이 있다면 감독의 역량이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주로 했다는 조정래 감독은 의외로 병렬과 대립 구조를 공격적으로 구사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K-POP이 넘쳐나는 세상에 국악을 전공하려는 고등학생들도 그렇고, 또 그들이 도전하려는 합창이라는 양악의 장르도 그렇다.
한 발 더 나아가 출연진의 설익은 연기와 그들이 만들어 내는 청아한 소리까지 스크린에 중첩되면서 묘한 조화를 이끌어낸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영화의 수혜자는 배급사인 명필름이 될 듯싶다.
하지만 그 수혜는 그냥 굴러 들어온 호박덩쿨은 아니다.
두레소리(원제목:꿈꾸지 않으면)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한국성장영화의 발견'부문에 초대받아 관객들이 선정한 최고작품에 수여되는 SIYFF시선상을 수상했던 영화다. 또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음악영화의 오늘'섹션에도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고, 영국에서 개최된 International Filmmaker Festival of World Cinema 'Best Sound Track'에도 초청돼 음악성을 인정받았던 영화다.
그런 비상업적인 변방까지 뒤져서 찾아낸 물건을 상품으로 만드는 일은 오다가다 우연히 일어나는 로또 당첨과는 또 다른 작업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상업적 성공과는 무관하게 감독과 배급사에는 또 다른 성취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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