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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지하철 분당선 복정역 앞에서 문을 연 GS건설의 '위례 자이' 모델하우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모습은 길게 늘어선 방문객과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이동식 중개업소들이었다. 개관시간이 30분이나 남았지만 방문객들은 길게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델하우스 주차장에는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강원과 충청 지역에서 온 차도 드물게 눈에 띄었다. 주변에는 30여개 떴다방이 파라솔을 친 채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나눠주느라 한창이었다. 분당에서 온 이모(50)씨는 "아파트가 오래돼 이사를 생각하고 있는데 때마침 위례신도시 분양이 시작된다고 해 나와봤다"며 "부동산 경기도 좋아지고 있다고 해 청약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6일 하루에만 전국에서 11곳의 모델하우스가 한꺼번에 문을 열면서 내 집 마련 수요자를 잡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도 고조됐다. 특히 이날 하루에만 서울 강남권 재건축 2개 단지와 위례신도시 모델하우스가 동시에 수요몰이에 나섰다.
◇방문객으로 넘쳐나는 모델하우스=가장 관심을 모은 곳은 단연 위례신도시 위례 자이였다. 이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평일임에도 개관 당일에만 1만명이 훌쩍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 분양 상담을 받기 위해 200명 이상이 번호표를 받아 차례를 기다렸으며 주택 내부 유닛을 보기 위해서도 10분 이상은 기다려야만 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서울은 물론 경기 등 수도권에서 온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분양 상담사들이 점심도 거르고 상담을 할 정도였다"며 "정부의 잇따른 시장활성화 대책 발표로 수요자들의 심리가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1순위 일반청약이 진행된 미사강변도시 A8블록 공공분양 아파트는 청약 신청자들이 폭주하면서 마감시간을 오후5시에서 밤10시까지로 연장했다. 지난달 위례신도시 점포 겸용 단독택지가 신청이 집중되면서 청약 마감을 다음날로 연기하기도 했다.
LH 관계자는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는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수요자들이 몰린 듯하다"며 "부주택 구매심리가 확실하게 좋아졌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투자수요도 가세=시장에서는 단순히 모델하우스나 청약에 사람들이 몰렸다는 사실보다는 이전과는 변화된 수요자들의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다. 같은날 모델하우스 문을 연 대우건설의 '서초 푸르지오 써밋' 방문객들은 실수요층이 두터운 59㎡(전용면적 기준)뿐 아니라 97㎡와 120㎡ 등 중대형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 역시 자녀 증여나 투자 목적의 수요가 많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부분 서초구 거주자들로 현재 살고 있는 집 근처에 결혼 예정인 자녀의 집을 사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며 "대출규제가 완화되고 금리가 내려간 것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지방 아파트시장에 집중됐던 투자자들이 수도권 유망 물량까지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 위례 자이 모델하우스 인근의 한 이동식 중개업소 관계자는 "위례신도시 물량이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 상당한 사람 중에는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거주자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가 크게 좋아졌지만 당분간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 차별화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최근 분양한 아파트는 대체로 건설사가 보유한 '알짜' 물량이 많다"며 "당분간은 인기 지역에 대한 쏠림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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