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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부터 실시되는 6·4 지방선거의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부동층과 비응답층 등 소위 '숨은 표'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다 막상 뚜껑을 열자 '숨은 표'가 야권으로 몰렸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폭사건으로 이명박 정권의 공안 드라이브가 도를 넘자 정권심판론이 투표장에서 폭발했다. 그 결과 당시 여론조사에서 앞서던 여당 후보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역으로 2012년 대선에서는 오히려 50대 이상의 장·노년층 표가 쏟아지며 75.8%의 높은 투표율에도 당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의 문재인 후보를 100만표 이상 앞섰다. 당시 야권의 후보단일화와 진보세력의 약진으로 위기감을 느낀 장년과 노년층이 결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보수 쪽의 숨은 표가 많다고 보고 있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진 뒤 20~40대의 정권심판론이 커지면서 여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부동층으로 이탈하거나 여론조사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당정청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보수층이 무응답층으로 돌아섰다"며 "보수층에서 '침묵의 나선' 현상이 나타나 이들이 투표장에 얼마나 결집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커뮤니케이션학자인 노엘레 노이만은 '침묵의 나선형 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을 내세우며 미디어가 전파하고 있는 다수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이 다를 때 대중은 침묵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여권 표가 관망하고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야권보다 높은 상황에서 진보중도 성향의 20~40대 유권자들이 침묵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여론조사회사인 디오피니언의 엄경영 부소장은 "'숨은 표'는 2012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야권 성향으로 나타났다"며 "이번에 여당 성향보다는 야권 쪽의 숨은 표가 더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통 여론조사에서 부동표는 30%대로 집계되며 응답률은 15% 안팎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자동응답전화(ARS) 조사는 5%대에 머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의 '숨은 표'가 얼마나 투표장에 나오느냐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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