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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위권과 취재지원

국회에는 경위(방호요원)이라는 직책이 있다. 국회의장이 경위권을 발동하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의원들도 경위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이런 경위를 이제는 과천과 세종로 정부 청사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4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기자들의 정부청사내 출입을 합동 브리핑센터로 한정하고 부처 사무실을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해 방호요원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방호요원의 주 업무는 기자들을 합동 브리핑센터에 묶어 놓는 역할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언론매체가 공무원의 발언을 인용,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쓰거나 비공개 자료를 입수 보도할 경우를 가정해 보자. 그러면 합동 브리핑센터를 총괄하는 국정홍보처와 해당부처는 우선 보도경위부터 파악하고 정보를 흘린 공무원을 찾아낼 것이며 해당공무원에 허락없이 기자와 접촉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경위권(?)을 발동, 기자들의 활동을 더욱 엄격히 감독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참여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시스템 방안은 숱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속도로 진행중이다. 첫 단계로 13일 과천 재정경제부 청사 1층 로비에 마련된 통합 브리핑센터가 가동에 들어갔다. 과천 정부부처 출입기자를 한 곳에 모으는 이 통합 브리핑센터에는 총 210석의 좌석이 갖춰져 있다. 이 가운데 170석은 40여 언론매체에 최소 1개에서 최대 5개까지 할당됐다. 나머지 40석은 자유석으로 운영된다. 브리핑센터가 문을 연 첫날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과천 통합브리핑실을 방문했는데 그의 얼굴에는 ‘대단한 것을 이뤄냈다’는 자부심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통합 브리핑센터를 만들고 경위를 보강하는 등 취재지원 선진화 시스템의 골자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언론과 정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눈치 빠른 공무원 사회에서는 벌써 ‘입조심’에 들어갔다. 자칫 자신이 흘린 정보가 기사화 돼 현 정권을 곤란하게 만들 경우 위로부터 내려올 서슬퍼런 칼날을 그들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동시에 어느 누구도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그런 정부는 국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될 의무와 책임을 안고 있다.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은 ‘역주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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