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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씨티그룹의 日공략

#장면1: 2004년 10월. 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미국의 씨티그룹은 일본에서 프라이빗뱅킹(PB) 편법 영업으로 4개 지점이 업무 정지를 당했다. 찰스 프린스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 스캔들에 대해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장면2: 2007년 4월. 씨티그룹은 일본 3위의 증권사 닛코코디얼을 9,200억엔(약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분식회계로 파산 직전이던 이 회사는 시장가치보다 26%나 높은 가격에 팔렸다. 외국 기업의 일본 금융기관 인수 금액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장면3: 2007년 7월. 씨티그룹은 씨티은행의 도쿄증권거래소(TSE)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프린스 CEO는 “씨티은행의 지점을 두 배로 늘려 일본을 글로벌 성장 기반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씨티그룹이 3년 전의 굴욕에도 불구, 기업 인수와 증시 상장 등을 통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잃어버린 10년 이후 부활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일본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와 이로 인한 사업의 편의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수적인 효과가 더 컸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일본에 몰려드는 해외 자본들의 사례에서 잘 감지된다. 씨티그룹은 지난 2003년 한국의 한미은행을 인수한 후 즉시 상장 폐지시켰다.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면 상장 폐지시키는 건 상식이 돼버렸다. 상장 유지보다 폐지를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에 대한 국내 감독기관의 폐쇄성과 편견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씨티그룹이 일본에서 한국과는 다른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씨티그룹은 전세계 100여개국에 32만7,0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굴지의 금융그룹이다. 씨티은행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려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본은 아시아 금융 허브 경쟁에서 한국을 크게 앞지른 셈이다. 프린스 CEO가 “씨티그룹이 상장되면 도쿄 증시에 대형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고 도쿄 증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 말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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