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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11월 12일] 좋은 은행, 나쁜 은행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에서 묶어두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2월 2.00%로 내린 후 8개월째 동결이다. 호주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고 이스라엘ㆍ노르웨이 등도 위기 이후를 대비해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지만 한국은행은 아직 '결심'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고용과 소비가 여전히 부진하고 가계부채는 7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우리 경제는 아직 금리인상의 충격을 수용할 만큼 튼실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준금리 동결 대출금리는 급등 그러나 한은의 이런 '고심'이 시중은행들에는 통하지 않는다. 정책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는 속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예금은행들이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금리는 평균 연 5.96%. 한달 전에 비해 0.33%포인트나 뛰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은행들이 원화ㆍ외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 10월의 대출금리 인상폭인 0.32%포인트보다 더 크다. 신용이나 보증대출금리는 이보다 더 뛴 0.39%포인트, 0.59%포인트나 올랐다. 이 같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은 더 벌어졌다. 6월 1.89%포인트이던 것이 9월에는 2.27%포인트로 확대됐다. 금리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커지자 은행들의 모임인 전국은행연합회가 대출금리체계를 개편하기로 했으나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전체 은행권의 예금금리ㆍ은행채금리ㆍCD금리 등 3대 조달금리를 여ㆍ수신 규모에 따라 가중 평균한 금리와 개별은행의 3대 조달금리를 가중 평균한 금리로 바꾸기로 했지만 새 기준을 적용해도 기존 금리와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도 물론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은행은 공기업도 아니고 주인인 주주가 있고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과 가계대출의 부실 때문에 경영상황이 크게 나빠진 것도 걱정이다. 올 들어 9월까지 18개 은행의 순익은 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 줄었다. 하지만 예대마진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전근대적인 경영행태는 은행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신용이나 담보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CD금리보다 몇 배나 많은 가산금리를 물리는 것은 횡포나 다름없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은행들은 '대마불사'의 혜택을 봤다.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ㆍ중국ㆍ일본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채권매입을 통해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을 공급했다. '은행이 망하면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컸다. 은행이 공익적 기능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은행들 공익 기능 소홀해선 안돼 월스트리트저널이 리먼브러더스 파산 1주년을 맞아 '악마의 사전-금융판'에서 '좋은 은행'과 '나쁜 은행'의 기준을 정의한 적이 있다. '좋은 은행'은 고객자본을 예치해 이를 건전한 기업과 소비자에게 대출해주는 분별력 있고 보수적이며 위험기피적인 은행이 꼽혔다. 반면 '나쁜 은행'은 '좋은 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과 골드만삭스가 지목됐다. '나쁜 은행'의 표본으로 꼽힌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은 사회적 목적에 봉사하고 신의 일(God's work)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업이 자본을 확충하도록 도움으로써 성장을 돕고 성장한 기업들은 부(富)를 창출하며 이는 자연히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성장과 부를 가져다주는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자기변명처럼 들리지만 음미해볼 만한 말이다. 우리 은행들은 '좋은 은행'과 '나쁜 은행'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할까. 또 '신의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대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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