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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법제화 되기까진 산 넘어 산

대리운전 도입 15년… 자격 강화·보험가입 의무화 추진한다는데

한 대리운전 기사가 서울 목동의 유흥가 앞에서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소비자의 이익 보호와 실태 개선을 위한 대리운전업법안을 발의했지만 각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얽히고 있어 현실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경제DB



승객이 잠들면… 대리운전 충격 실태
[이슈 인사이드]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법제화 되기까진 산 넘어 산대리운전 도입 15년… 자격 강화·보험가입 의무화 추진한다는데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한 대리운전 기사가 서울 목동의 유흥가 앞에서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소비자의 이익 보호와 실태 개선을 위한 대리운전업법안을 발의했지만 각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얽히고 있어 현실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경제DB

















자유업 분류따라 진입장벽 낮아 범죄자도 영업
사업주 "자격 강화 땐 하위층 경제 안전판 흔들려"
보험 가입 기사 절반도 안되고 허위 사업자도 수두룩
업계 "시장규모 작아 손해율 관리 상품으로 전락될 것"

"쪼잔한 자식, 돈 2만원 가지고 째째하게…"

지난 2003년 영화 팬들과 평단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 이 영화의 도입부에서 중소기업 사장은 4만원을 달라는 대리운전 기사의 말에 아랑곳 없이 2만원만 냉큼 건네고 돌아선다.

이 같은 장면이 교만한 갑부의 일상에 대한 스케치로 기능할 만큼 당시만 해도 대리운전은 그리 흔하지 않았으며 '30분에 4만원'이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가격도 무척 비쌌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대리 문화가 서서히 확산되면서 가격 역시 덩달아 내려가 지금은 서울 시내 웬만한 곳은 1만5,000원~2만원이면 해결될 정도로 싸졌다.

정부와 업계는 대리운전의 첫 도입 시점을 1998년께로 보고 있다. 도입 15년 만에 15만 명 가량의 대리운전 기사가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커졌지만 켜켜이 산적한 문제는 심각하다.

주로 심야 시간에 취객을 상대해야 하는 업종임에도 불구, 진입장벽이 워낙 낮다 보니 전과 경력을 가진 이들도 아무런 제재 없이 핸들을 잡고 있고 이에 따라 절도나 성 범죄 역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10명의 국회의원은 이 같은 고질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자격 강화를 통한 면허제 도입 ▦보험 가입 의무화 ▦사업체 등록제 전환 등의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대리운전업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자유업으로 분류되면서 등록 기준이나 자격 요건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업계 규제 강화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둘러싼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해 현실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활동 중인 대리운전기사들은 "실제로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들로부터 보험료를 챙겨 받는 사업주가 부지기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업주들은 "서민의 안전판인 대리운전의 진입 장벽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받아 친다. 손해율을 걱정하는 보험업계 역시 이 같은 법안의 실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으며 사이에 낀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 가입 기사 절반도 안 돼…거짓 보험 들어놓은 사업주도 많아=전국 15만 명의 대리운전 기사 중 보험에 가입된 운전자는 7만1,018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모니터링이 필요할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각 보험사에 요청해 통계를 취합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8월에 집계된 수치다.



한 명의 기사가 여러 회사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가입자 수는 절반을 훨씬 밑돌 것으로 추산된다.

전과경력이나 신용불량 등의 신원 문제가 없는 대리운전기사들은 법안이 통과돼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입장이다. 경력 5년의 대리운전 기사 A씨는 "매달 6만5,000원씩 소속 회사의 가상계좌로 보험료를 납부했는데 사고가 나고 알고 봤더니 회사에서 보험을 가입해 놨다는 게 거짓말이었다는 얘기가 수도 없이 많다"고 전했다.

A씨는 "사고를 당한 대리 이용자가 회사에 전화를 하면 사업주는'기사랑 연락이 안 된다'는 말로 둘러 대며 회피하기 일쑤"라며 "이런 거짓 사업주와 함께 대놓고 무보험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이 보험 가입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거짓 사업주로부터든 영세업자로부터든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한국소비자원에 상담을 신청한 건수는 ▦2008년 117건 ▦2009년 164건 ▦2010년 509건 ▦2011년 495건 ▦2012년(9월) 383건 등이었으며 이 중 35% 가량이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처리나 보상 문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전까지 민간 단체나 지자체가 담당했던 영역이 2010년 이후 통합이 되면서 수치가 늘어난 것"이라며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보험 관련 문제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선 곱지 않은 사업주들… "서민 안전판 위협"=사업주들이 법안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한 대리운전업체 사장 B씨는 "기사들의 보험료를 거짓으로 타먹는 경우가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격 강화를 통해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은 비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운전이 신용불량자처럼 경제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계층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인 상황에서 면허제 등의 도입은 그들을 위한 안전판을 치워버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B씨는 "잠 든 이용자의 몸을 더듬어 지갑을 훔치거나 성 추행을 서슴지 않는 범죄가 간혹 발생하고 있으니 전과 경력이 있는 자는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보험 가입 의무화에 대해서는 어느 사업자든 '우리 회사의 기사들은 모두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만 말할 뿐 그 이상은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금치산자나 전과가 있어 실형을 선고 받고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만 결격 사유를 정할 것"이라며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단순히 안전판 유지 명목으로 무작정 이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역시 회의적=새 법안의 보험 가입 의무화에 대해 보험업계도 회의적이긴 마찬가지다. 의무화가 이뤄질 경우 시장 규모가 커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소수에 불과하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안전 문제가 걸린 만큼 장기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대리운전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손해율을 관리해야 하는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여러 입장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18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법제화에는 실패했다"며 "이해관계가 복잡한 데다 서민의 생계수단이라는 문제까지 얽혀 충분한 실태조사를 통해 꾸준히 검토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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