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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온라인 교육혁명


내 고향은 경남 남해의 조그마한 시골마을이다. 어린 시절 교실에서는 빛바랜 교안을 들고 판서하는 교사의 필기를 한자라도 놓칠세라 "선생님 안보여요"라는 아우성이 떠날 줄 몰랐다. 칠판에서 10m만 벗어나면 공부하기 어려웠고 지식수준도 교사의 역량을 넘어설 수 없었다. 온라인 교육이 일반화된 요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지난 1990년대 PC통신 시절 온라인 교육은 '교사 원격연수'를 시작으로 인터넷 강의, 사이버연수원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다 최근 입시, 취업훈련, 기업체 임직원 교육, 각종 자격증 학원 등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학 반값 등록금 실현도 가능

온라인 교육은 스마트러닝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소리ㆍ영상에 이어 3차원 가상현실 등 첨단기술을 동원하고, 컴퓨터와 학습자가 1:1로 외국어 발음을 교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개발돼 학습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원어민 강사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은 교실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베토벤 3번 교향곡은 '영웅'이라고 외우고 말았던 음악 수업에 이젠 클릭 한번으로 손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작가와 작품명을 연결해 외우던 수준에 그쳤던 미술수업도 작가의 대표작을 고해상도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마우스 클릭 한번'이라는 유선 네트워크 시대도 이젠 과거가 됐다. 요즘 커피숍에는 마주앉은 사람과의 대화보다 스마트폰으로 한창 뭔가를 하는 모바일족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사진ㆍ음악ㆍ영화 파일을 주고받으며 함께 즐기는 등 대용량 데이터를 모바일로 접속하는 데 익숙하다. 관점을 바꿔보면 최상의 온라인 교육 인프라가 갖춰졌다는 의미다.

지난 4일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온라인 교육을 위해 합자회사 에덱스(edX)를 설립하고 두 학교의 일부 강의를 전세계인들에게 무료로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온라인 교육이 고등교육의 혁신을 불러온 것이다.



국내 대학들도 온라인 교육의 효율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대학 졸업을 위해 이수해야 할 학점 중 온라인으로 전환해도 충분한 과정에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면 4년이라는 정규과정을 단축하거나 등록금을 낮출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면 반값 등록금도 가능해지고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경험과 병행하기 쉬워진다. 서울ㆍ부산 등지의 대학에 다니는 지방출신 학생이라면 생활비를 줄일 수도 있다.

콘텐츠 확충ㆍ인성교육 강화를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교육역량 강화 사업에서도 온라인 교육 도입실적을 평가항목으로 추가해야 한다. 대학들이 연합해 온라인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점을 교류한다면 대학 경쟁력 강화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정부는 초ㆍ중학교 온라인 교육과정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왔고 오는 2015년이면 학생들이 태블릿PC로 공부할 수 있는 전자교과서 시대가 열린다.

그러나 우리의 온라인 교육은 갈 길이 멀다. 콘텐츠 부족이 원인이다. 정부는 교과과정 외에도 학생들이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교과목 이외의 폭넓은 지식을 온라인으로 습득, 자신의 소질을 발견한다면 학습동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전통적인 교사의 역할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식 전달이라는 교사의 역할은 온라인으로 넘기고 인성교육을 책임지는 스승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국영수만 잘 하는 인재가 어떻게 미래 사회를 책임질 수 있겠는가. 이제 정보기술(IT)이 교육환경과 시스템 혁명을 이끌고 있다. 인터넷이 그랬듯이 다가올 교육혁명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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