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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쌓은 노하우 후배 영화인에 전해줘야죠

■ 영화학교 설립 이은·심재명 명필름 대표<br>파주출판도시에 무상 운영 2014년 하반기 1기 선발 한국영화 발전 도움 줄 것<br>유행보다 보편적 감성 추구 차기작 내년 상반기 촬영 '마당을…' 이어 애니도 준비

영화제작사명필름의이은(왼쪽)·심재명 대표가 트로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1995년 영화제작사로 시작한 명필름은 ‘공동경비구역 JSA‘ ’ 마당을 나온 암탉‘ ’ 건축학개론’ 등 30여편의 영화를 만들며 한국 영화의 ‘웰메이드 시대’를 열었다. /사진=이호재 기자

명필름은'명가(名家)'라는 말이 퍽 어울리는 충무로 중견 영화 제작사다. 지난 1995년 창립 이후 명필름이 선보인 30여 편의 영화에는 하나같이 명필름 특유의 뚝심과 기획력이 녹아있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출발한 제작사들도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영화계에서 명필름은 17년을 묵묵히 걸어왔다. 물리적인 시간의 양보다 명필름이 내놓은 영화의 면면들을 보면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접속''해피엔드''공동경비구역JSA''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시라노;연애조작단''마당을 나온 암탉''건축학 개론'등 조목조목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로 호평과 화제를 낳은 영화를 제작해 왔다. 대다수가 안 된다 고개를 저었던 영화들은 그렇게 명필름의 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웰메이드 영화'로 탈바꿈 하게 됐다. 충무로 대표 영화 제작사로 자리매김한 명필름은 최근 전액 무상 기숙 영화 학교를 주축으로 한 명필름 문화재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그간 30여 편의 영화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며 재능 있는 영화 인재를 발굴, 육성하겠다는 포부에서다. 남다른 선구안과 기획력으로 장타를 날려온 명필름, 이제는 후학 양성으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명가(名家)' 명필름의 이은(51)· 심재명(49) 대표를 만났다. 이은 ·심재명 대표는 부부영화인으로, 1995년 공동으로 명필름을 설립해 이끌고 있다.

이은·심재명 두 대표는 제작자를 "집안의 가장(家長)"과 같은 존재라 표현했다."영화는 혼자 하는 개인 작업이 아니다 보니 의견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무수히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책임감은 말할 필요도 없죠." (심재명 대표)

명필름은 설립후 지난 17년간 충무로에 뿌리내리면서 안팎으로 크고 작은 변화들을 겪었다. 2004년 강제규필름과 통합하면서'MK 픽처스'로 상호를 변경하고 투자·배급까지 사업영역을 확장, 주식시장에 우회상장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다. 결국 2007년 회사를 분리했다. 이후 명필름은 본연의 색깔을 다시금 되찾고'시라노;연애조작단'(2010)'마당을 나온 암탉'(2011)'건축학개론'등을 내놓으며 웰 메이드 상업영화를 다시금 쏟아내기 시작했다. 심 대표는"흥행코드나 유행, 트렌드를 쫓으려 하면 외려 패착이 된다"며 "어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감성을 건드린 것이 사랑 받는 영화들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늘 당시 트렌드에 반대되는 것들이 외려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 유행보다는 보편성, 이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있고 과연 우리가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늘 고민한다"며 웰메이드 영화가 지닌 공통 분모를 설명했다. 올 상반기 400만 관객의 감성을 적신 영화'건축학개론'은 두사람이 그런 뚝심으로 새로운 흥행 코드를 만들어낸 명필름의 값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몇 년 째 충무로를 떠돌던 시나리오의 가치를 발견하고, 누구나 가진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건드렸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대 수확으로 꼽히는 국산 애니메이션'마당을 나온 암탉'의 선전은 명필름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 6년에 걸친 제작 기간에 지치기도 했고, 처음 시도하는 애니메이션이라 시행착오도 많았다. 가장 큰 난관은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선입견과 불신이었다. 제작자로서 제작비를 모금하고 배급 일정을 잡는 일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인고의 시간을 뒤로 하고 200만 관객을 동원,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 최다 관객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일단'시작을 하면 끝을 내자'는 게 원칙입니다. 대신 시작은 늘 신중하게 하고, 시작한 다음부터는 갈까 말까 망설임 없이 순간 순간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묵묵히 나아갑니다."(이은 대표)

"영화에 대한 책임감, 후배들이 아직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다"는 심 대표는 소위 상업적으로'되는 영화'만 고집하진 않는다. 명필름은 지난 5월 국악고 학생들의 합창단 창단 실화를 담은 영화'두레소리'의 배급에 나섰다.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심 대표는"거칠더라도 뚝심과 패기가 넘쳤던 영화였다"며 "마지 못해 하는 의무감보다는 이런 뚝심과 패기에 매료됐고 그런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후배 영화인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해 주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명필름은 현재 또 다른 웰메이드 영화 제작을 위해 담금질 중이다."휴먼 드라마에 속하는 장르로 내년 상반기 촬영에 들어갈 계획을 잡고 부지영 감독과 다음 영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현석 감독의 개성이 잘 묻어나는 영화도 기획하고 있고요. '마당을 나온 암탉'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도 준비하고 있습니다."(심재명 대표)

명필름은 또'명필름 문화재단'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월 설립된 명필름문화재단은 5억여원으로 출발, 내년에는 명필름과 이은∙심재명 공동대표의 사재 30억원을 출연해 운영된다. 명필름문화재단의 핵심은 2년제 기숙학교 형태로 운영되는'명필름 영화학교'로 파주 출판 도시 내에 설립된다. 전액 무상으로 오는 2014년 하반기 1기 학생을 선발하고 2015년 2월 개강한다. 후학 양성을 목표로 하는'명필름 영화학교'는 지속 가능한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한 두 대표의 바람이 담겨 있는 구상이기도 하다.

"이제는 명필름의 외연을 넓힌다기 보다 그 동안 해 왔던 명필름의 색깔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학교를 포함한'명필름 문화재단'도 크게 보면 이 같은 노력에 속하는 것이죠."

본인 세대의 결과물에 만족하기 보다 자신의 걸음을 뒤따를 후배를 위해 그간의 결과물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들, 명필름이 충무로'명가(名家)'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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