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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쌀 보조금 파문 뱅크런으로 번지나

국영은행 동원 편법 지원하자 하루에만 10억달러 빠져나가

테마섹 등 외국자본도 썰물<br>반부패위 "잉락 청문회 회부"… 직무 정지ㆍ탄핵 가능성도


수개월째 정정불안이 이어져온 태국에서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태국 정부가 국영은행을 동원해 농민에게 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부기관을 편법지원하자 은행 부실을 우려한 예금주들이 예금인출에 나섰다.

18일 더네이션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태국은행연합회는 17일 하루 동안에만도 태국 국립저축은행(GSB)에서 300억밧(10억달러)가량의 예금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 같은 뱅크런을 촉발한 것은 태국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쌀 보조금이다. 태국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농업농협은행(BAAC)이 시중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농민들로부터 쌀을 매수하고 그 손해를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쌀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야권의 총선저지로 새 정부 출범이 지연되면서 정부의 예산집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재정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정부는 이달 보조금 지급중단을 선언했다.

야권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잉락 친나왓 현 총리가 주 지지기반인 농민들마저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자 부랴부랴 GSB를 통해 BAAC가 쌀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에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예금주들이 은행부실을 우려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치 용키티쿨 태국은행연합회 사무총장은 "우려할 만한 규모의 예금인출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예금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상 외의 대규모 뱅크런에 놀란 GSB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 지원된 50억밧 외에 추가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지원예정 금액은 200억밧이었다. 또 대규모 예금인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을 구하기 위해 태국 정부는 국영기업들을 동원해 이날 100억밧을 긴급 수혈하기도 했다.



당장 뱅크런의 불을 끄긴 했지만 태국 정부가 이미 농민들에게 지급을 약속한 쌀 보조금만도 130억밧에 달해 쌀 보조금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정불안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 정부가 좌충우돌하는 사이 태국의 실물경제는 치명상을 입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태국은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0.6%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 예상치인 0.3%보다는 높았지만 3·4분기의 1.4%에서 크게 후퇴했으며 지난해 성장률도 전년(6.5%)에 비해 뚝 떨어진 2.9%를 나타냈다. 농민들에 대한 쌀 보조금 지급이 끊기면서 소비심리 위축이 가속돼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자본들의 철수도 이어지고 있다. WSJ는 이날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태국 통신사 지분매각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테마섹은 잉락 총리의 친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설립한 태국의 대형 통신사 친코퍼레이션 지분 41.6%를 보유하고 있다.

태국은 지난해부터 잉락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태국 정부는 내각 총사퇴 이후 이달 초 총선을 실시했지만 반정부시위대의 저지로 유권자 4,800여명 중 1,200만여명이 투표를 하지 못해 과도정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일단 새 의회 개원과 내각 구성이 4월 보궐선거 이후로 미뤄졌으나 이마저도 현정부의 계획대로 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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