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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명품 수입원가 공개 1년 8개월째 못한 속사정은…

"FTA 체결한 EU 반발 때문" 중론<br>2008년 5월 첫 공개 당시 美·유럽등 수입국가 반대<br>정부, 시행령 개정 미뤄


명품 등 수입품의 수입원가 공개제도가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이후 무려 1년 8개월 동안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국회가 지난해 1월 본회의에서 관세청 발의의 관세법 개정안을 의결까지 했지만 정부가 그동안 시행령 개정을 미룬 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2008년 5월 값싸게 들여온 명품이 국내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국내 수입ㆍ판매상의 폭리논란이 제기되면서 관련 법 개정을 서둘렀다. 그런데도 수입원가 공개가 2년 가까워오도록 제도로서 시행되지 않고 감감무소식인 속사정은 뭘까. 관세청은 당시 입법을 추진하면서 환율상승으로 인한 소비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수입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국회는 지난해 1월 수입원가 공개 근거를 강화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은 이를 실제 적용할 시행령을 아직까지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명품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최근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유럽연합(EU)의 반발을 고려했다는 게 중론이다. 12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 상승과 석유가 폭등이 맞물리던 2008년 5월2일 기획재정부는 서민생활안정회의를 열어 수입소비재의 원가 공개를 결정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고 미국과 유럽 등 수입국가 측에서 '영업비밀이 공개된다'며 반대했지만 '물가안정'이라는 명분이 더 강했다. 이어 5월30일 MB 물가지수 항목을 포함한 90개 상품에 대한 수입원가를 공개했다. 수입원가 40만원대인 유럽산 유모차가 150만원대, 5만원대에 들여온 리바이스 청바지가 19만원대, 4만원대에 수입한 발렌타인 17년산 위스키가 14만원대에 팔리는 것으로 밝혀져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민간소비자단체가 아닌 정부가 나선데다 브랜드 이름까지 밝히며 수입원가를 공개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후 국회는 수입물품의 가격을 조사해 공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2009년 1월5일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기존 법령보다 강화한 내용이다. 그로부터 1년8개월이 지났지만 관세청과 재정부는 법 시행령을 만들지 않았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2008년 5월 이후 관세청은 수입원가 공개를 할 수 없었다. 당시 국회 논의에서 정부 측을 대표한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법안에 반대하지 않았고 올해 3월 관세청장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관세법 시행령을 만들 조짐은 없다. 재정부는 세제개편안 부수법안이 올해 말에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시행령을 만들 때 관세법 시행령을 함께 다룰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은 2008년 당시 물가상승이 워낙 가팔라 긴급대책으로 내놓은 뒤 후폭풍을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이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후여서 더 이상 원가공개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먼저 추진해놓고 국회가 법안 개정으로 힘을 보태니 돌연 발을 빼는 행보는 입법권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업계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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