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이민 신청자가 많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승인을 받았습니다. 올 가을에는 메릴랜드주의 신규 카지노ㆍ오락단지인 MCFI에서 투자 배당도 받게 돼 기쁩니다."
최근 미국 이민의 꿈을 이뤄 수속 절차를 밟고 있는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의 왕모씨는 자못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베이징에서 무역 관련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천모씨도 미국 뉴욕의 영화스튜디오인 스테이너 2기 프로젝트에 50만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 이민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이민 신청시 미국 당국에 정당하게 재산을 모았는지를 소명하는 절차가 필수적인데 천씨는 다행히 주요 재산증식 수단인 주식투자 거래 내역 전체를 제출함으로써 이민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자녀양육, 보다 쾌적하고 안정된 주거 환경 등을 찾아 속속 해외로의 이민행을 결심하는 중국 부자들이 늘고 있다. 파즈완바오, 메이르샹바오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고속 경제성장에 따른 부자 급증과 구미 선진국의 이민 장려 정책이 맞물리면서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중국인 이민에 따른 해외 투자 금액이 최소 100억위안(1조7,84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00억위안의 투자 금액중 80% 이상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 유입됐으며 나머지는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으로 흘러간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부자 리서치 기구인 후룬이 발표한 '2011년 중국 개인 재부관리 백서'에 따르면 1,000만위안 이상 재산을 갖고 있는 부자들의 14%가 이민을 완료했으며 46%가 이민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자들에게 해외 투자 목적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자녀양육이 5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이민이 32%로 뒤를 이었다. 2011년 기준으로 재산이 1,000만위안이 넘는 중국인은 96만명에 달했다고 후룬 보고서는 밝혔다.
후즈리우 투자이민 전문가는 "국제 이민의 주요 원인은 통상 국가간의 소득 격차 때문에 발생하지만 중국 부자들의 이민행은 그것과는 다르다"며 "중국의 부자들은 자녀 양육, 법적 리스크 최소화, 선진 의료 인프라 등을 찾아 구미 선진국으로 떠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30여년의 개혁ㆍ개방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이룩했지만 사유재산권 보호의 법적 체계가 미약하고 사법의 독립성이 결여돼 있는 등 부자들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점도 부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중국 개인소득세율이 최고 45%로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이민 대상국보다 높은 것도 이민행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중국 부자들의 대표적인 투자 이민 대상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 집중됐다. 캐나다는 지난 2011년 7월 1일부터 매년 투자 이민을 700명으로 제한했는데 지난해 이중 중국인이 60%를 차지했다. 캐나다에 투자 이민을 가려면 최소 80만 캐나다 달러(504만위안)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캐나다에 투자된 금액은 최소 20억위안에 이른다.
미국 이민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총 2,969명의 중국인이 투자이민인 EB-5 비자를 신청했고 이중 934명이 승인을 받았다. 투자 이민 최소 투자 금액이 50만달러(315만위안)이기 때문에 중국인이 최소 29억위안을 투자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중국 투자이민자는 50~60명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투자 이민시 최소 1,000만위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5억위안이 영국에 흘러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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