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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광주비엔날레는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는 주제 아래 현 상태를 '불태우는' 급진적인 정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예술적인 혁신, 호소력, 저항의 힘을 보여줄 것입니다."
20주년을 맞은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제시카 모건 테이트모던 큐레이터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39개국 106팀의 참여작가를 발표하며 세부적인 전시 계획을 밝혔다. 올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 중외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전시 주제는 1980년대 초반 유행했던 뉴욕 출신 진보주의 그룹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유명한 노래 제목으로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지향점과 목적을 잘 보여준다.
전시 주제에 등장하는 '불'은 인류학적 문맥으로 해석돼 물질을 변형 가능케 하는 힘, 생성과 소멸의 이중성을 의미하며 불태우는 행위는 박제화된 관습과 규범, 체제에 저항하는 '운동'을 뜻한다.
참여작가인 스위스의 얼스 피셔는 실재하는 작가의 뉴욕 아파트를 실사 크기로 제작해 3전시관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 '가상의 집'에는 진짜 예술 작품이 전시되면서 가상과 현실이라는 이중성이 충돌하는 공간이 된다. 실물 규모의 가짜 집 내부에는 스털링 루비의 난로, 일본 사진작가 토모코 요네다 등의 진짜 작품이 설치된다.
아르헨티나 작가 에두아르도 바수알도도 본인의 집이 화재로 소멸됐던 경험에 근거해 불에 탄 나무로 만든 집을 선보인다. 불에 의해 변화하는 물질과 잔여물, 파괴 등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비엔날레 오프닝 퍼포먼스로 한국작가 임민욱이 항공 촬영해 생중계하는 '내비게이션 아이디'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1950년 경상북도 경산에서 일어난 군에 의한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인 경산 코발트 광산 사건과 광주민주화운동을 연결해 경상북도 경산에 방치되어 있는 피해자의 유골이 담긴 컨테이너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마당까지 호송하는 진지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경산 코발트 광산 사건 피해자 유가족을 태운 버스가 광주에 도착해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과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되며 이 모든 장면이 실시간 생중계로 전시장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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