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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기업 무한책임시대


영남제분 회장 '사모님'의 여대생 살해사건이 TV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새삼 회자되면서 인터넷에서는 해당 기업에 대한 안티 카페가 생기고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영남제분의 주가가 떨어지고 기업 실적과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네티즌들은 안티 카페에 "유전무죄 무전유죄! 대한민국 국민의 힘을 보여줍시다"라는 메시지를 내걸며 분노를 공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은 영남제분 제품을 쓰는 기업까지 색출해서 이들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롯데제과ㆍ농심ㆍ삼양식품 등 영남제분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지목된 일부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 조짐이 확산되자 이들 기업은 "사회적 평판 때문에 부담스럽다"며 영남제분과 거래를 끊고 "영남제분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마치 나쁜 짓을 한 친구와 어울리다 나까지 나쁜 이미지가 씌워질까 봐 두려워 서둘러 절교한 것 같은 모양새다.

올 들어 '갑의 횡포'의 논란을 촉발한 남양유업 사태가 회사 측과 피해 대리점협의회가 밀어내기에 따른 피해보상 등의 협상을 타결하며 18일 일단락됐다. 남양유업 사태는 본사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막말을 한 녹취록으로 시작됐지만 결국은 대리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비롯한 회사 경영 전반이 도마에 올라 주가가 떨어지고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이날 협상 타결 자리에서 피해 대리점협회 대표는 "남양유업에 대한 분노를 거두고 응원해주시기를 국민에게 부탁한다"고 말했고 남양유업 대표는 "남양유업 대리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남양유업이 과거의 매출과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요즘 기업의 실수는 엎질러진 물이다. 절대 주워담을 수가 없다. 그 엎질러진 물이 어디까지 흘러가고 기업활동에 얼마만큼 악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바야흐로 기업의 무한책임시대다. 예전 같으면 사소하게 여겨졌던 직원 한 사람의 실수나 예상치 못했던 관계 등이 어딘가에서 꼬투리가 잡히기만 하면 시쳇말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산업계 전반에 도사린다.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전후좌우 사정보다는 현상 자체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이 같은 여론이 기업 생사를 쥐고 흔든다. 기업이 실적만으로 말하는 세상이 끝난 건 확실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나아가 도덕성, 협력업체와의 상생, 동반성장 등 기업활동의 거의 모든 것이 기업 평판의 중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과거의 불합리한 관행이나 모럴해저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기업은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업이 잘한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못한 건 속속들이 후벼 파가면서 신상을 털어내니 이 정도면 기업이 '무결점의 완전체'가 돼야 할 판이다. 기업의 책임 범위가 도대체 어디까지냐는 일각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 입장에서 어느 정도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최근의 추세는 물줄기를 되돌리기 힘든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SNS 등을 통해 대동단결하고 있고 스스로 '을'이라 생각하는 협력ㆍ하청업체들은 각종 채널을 통해 읍소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을 보호법' '상생법' 등 경제민주화 입법을 통해 기업에 칼을 빼들고 있다. 심지어 신용평가사들까지 오너나 임직원의 품위 유지, 기업 이미지 등 기업에 대한 평판을 등급 산정의 요소로 활용할 정도다.

얼마 전 방한한 '착한 기업론의 원조'라는 로리 바시(맥바시&컴퍼니 최고경영자(CEO)) 박사는 "기업이 주주 이익만 책임져서는 안되며 사회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시대"라고 잘라 말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투명해질수록 결국 착한 회사가 종착점이라며 "과거에는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최고였다면 미래에는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다"고 단언한다. 기업들로서는 더 착해지고 더 완벽해지는 방법밖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시대다. /h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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