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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우물안 개구리식 입시논쟁

조희제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우물안 개구리식 입시논쟁 조희제 hjcho@sed.co.kr 오는 2008년 서울대 입시안으로 요즘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의 "논술고사를 본고사처럼 보겠다는 뉴스가 가장 나쁜 뉴스"라는 발언 이후 여권과 시민단체들이 서울대의 통합논술을 본고사 부활로 사실상 규정, 서울대를 집중 공격했다. '초동진압'이니 '전면전'이니 '손을 봐야 한다' '조져야 한다'는 등 폭언에 가까운 언사를 동원하며 서울대 때리기에 나섰다. 이후 청와대와 여권 및 시민단체들은 줄곧 서울대를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나선 반면 서울대는 이를 방어하느라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13일 성경에 나오는 글귀를 인용하며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지적했다. 땅주인이 들판에서 이삭을 줍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는 것처럼 대학입시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고 기회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입시를 국가가 관여하고 시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서울대 교수들도 학생선발의 자율성을 내세우며 청와대와 범여권의 공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은 물론이고 서울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평의원회는 11일 통합형 논술고사가 본고사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평의원회는 나아가 "공교육이 제 궤도를 잃은 것은 교육정책의 잘못, 산업사회를 잘못 이끌어간 정부, 사회전반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책임을 정부와 사회로 돌렸다. 그런데 정작 논쟁의 핵심인 통합논술은 아직 그 모습을 아무도 모른다. 낳지도 않은 애가 잘못됐으니 낳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둥 나라 전체가 소동에 휩싸인 꼴이다. 통합논술은 고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게 서울대의 설명이다. 유형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인문계열은 역사와 사회, 언어와 문학, 철학과 예술, 자연과학 등의 영역을, 자연계열은 인문과 사회과학, 수리, 과학 등의 영역을 치를 수 있다는 대략의 안만 나온 상태다. 서울대는 학교와 교사들이 이 정도의 논술을 가르치지 못한다면 이는 교육계가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현재의 공교육 상황에서 통합논술은 학생들을 더욱 사교육으로 내몰고 결국 돈 없는 서민들로서는 이를 감내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학들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논술을 황폐해진 우리의 공교육이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4일 논술문제를 다룰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위원회를 만든다고 논술 논란이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서울대와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간에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우리나라 교육의 현 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넘어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일부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여권의 서울대 때리기가 현 정부 지지기반층의 민심이반 현상을 되돌리려는 다분히 정략적 계산에 따른 것이 아니냐고 분석한다. 경쟁주의냐 평등주의냐. 이번 서울대의 논란은 두 교육이념이 부딪힌 셈이다. 평등론자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입시전형이 내신위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쟁주의론자들은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필연적 부분이며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제도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어느쪽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현실은 어떤가. 공교육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으로 내몰려 불쌍할 만큼 공부를 하는 학생들. 그러나 이과학생들이 수학문제를 못 풀고 문과학생들은 원서조차 읽어내지 못한다며 대학들은 한탄하고 기업들은 '대학은 왜 리콜제가 없느냐'고 푸념한다. 오로지 인적자원으로만 세계와 경쟁해야 할 우리나라 상황에서 교육이 이처럼 무너지고 있는 현실은 정말 심각하다. 10년, 20년 뒤 세계와의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도 높다. 이번 논쟁의 초점이 단순히 평등이냐 경쟁이냐를 뛰어넘어 세계와 경쟁할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인재양성 논의로 확대돼야 하지 않을까. 입력시간 : 2005/07/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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