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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쉬움 남긴 핵안보정상회의


지난 1986년 10월11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미국의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아이슬란드에서 마주 앉아 정상 회담을 가졌다. 고르바초프는 바닥난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매장된 석유ㆍ천연가스를 개발할 기술을 미국에 요청했다. 하지만 레이건은 정치ㆍ경제 협상을 하기 전에 핵무기 감축부터 해야 하며, 인류의 생존ㆍ번영을 위해 군비 축소는 흥정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담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핵무기 폐기 문제 등 현안서 빠져

그 후 얼마 안 돼 소련은 경제 문제로 붕괴됐고 미국도 군비 축소, 경제정책 재편에 나섰다. 소련이 망하면서 로켓 기술이 북한에 전수돼 노동 미사일과 광명성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

지난 26~27일 열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무기가 없는 한국이 주최국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아해 하는 인사가 많았다. 곧 발사할 수 있는 핵무기는 미국ㆍ러시아가 각각 약 1,000~1,500개, 중국이 250개, 북한이 12개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기술적 정확도나 발사장치에 따라 위험성이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냉전시대부터 쌓아놓은 3,000개 이상의 핵무기를 어떻게 처리ㆍ관리하는지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이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핵무기가 한개라도 테러집단에 넘어갈 경우 닥칠 위험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방침을 천명한 것이 없다.

핵무기 수송ㆍ타격 수단으로 원자력잠수함, 탄도유도탄 및 폭격기를 들 수 있는데 북한이 가진 것으로 추산되는 12개 정도의 핵무기는 미국까지 타격할 능력은 없는 것 같고 한국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 등 주변 4개국이 타격 가능한 목표가 될 수 있으므로 이번 회담에서 철저한 국제협의가 이뤄졌어야 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발전(發電)이다. 독일ㆍ스위스ㆍ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기존의 석탄발전소를 폐기하고 원전을 추진ㆍ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해 국제적 기술협력이 필요한 시대가 됐고 기본설계 방침과 운영 매뉴얼을 국제표준화하는 방침도 토론했어야 했다.

풍력 등 청정에너지는 원전과 달리 시간에 따라 발전속도ㆍ강도가 변하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연구개발해 어느 시점에는 탈(脫)원전 시대를 예측할 목표를 정하는 것도 우리의 관심사다. 전략적 안보, 기술적 연구개발, 한반도의 평화 확립 등 우리나라 정상이 제기할 안건은 상당히 많았지만 핵안보정상회의는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외에는 별 성과 없이 말 잔치로 끝났다. 각국 정상과의 개별적인 경제외교 회담이 더 많은 결실을 가져다주는 것인지도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소형 원자로 추진 빌 게이츠 돋보여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같은 시기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 특별회견에서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소형 원자로에 대한 전망을 예기하면서 에너지 문제 전문가다운 지식을 표명했다. 고리 원전을 1세대로 보면 2ㆍ3세대를 뛰어넘어 4세대 기술을 목표로 투자하고 있는데 성공할 경우 전세계의 마이크로소프트 사용 인구보다 훨씬 많은 수요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미래 에너지 문제에 자신의 제2 인생을 건 듯한 신념이 돋보였다. 우리도 이런 창의적인 엔터 퓨리뉴어가 있어야 민족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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