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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계산의 달인

제12보(140~157)



방내기라는 것이 있다. 내기바둑의 일종인데 많이 이길수록 돈을 많이 받는 방식이다. 대마를 잡고 어마어마하게 이겨버리면 그 한판으로 엄청난 돈을 받게 된다. 91집 이상 이기는 것을 만방이라고 한다. 내기바둑이 아닌 경우에는 만방을 이기거나 반집을 이기거나 효능은 똑같다. 그러므로 프로들은 억지로 만방을 이기려고 애쓰지 않는다. 치밀하게 계산을 해서 그저 몇집만, 때로는 그저 반집만을 확실히 이긴다. 이 방면의 달인이 이창호인데 박영훈 역시 이창호와 같은 계산의 바둑이다. 이세돌이 백40으로 고개를 내민 것은 일종의 승부수이자 유인의 수순이었다. 중원이 흑의 손아귀에 크게 들어갈 염려가 있는 터에 이런 한가해 보이는 수를 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흑이 참고도1의 흑1로 중원을 크게 차지하면 어떻게 될까. 백에게는 2로 내려서는 수가 준비되어 있다. 흑이 3으로 반발하면 백4 이하 14로 우변의 흑 9점이 잡힌다. 중원의 흑집이 무척 크지만 이 바꿔치기의 결과는 백승이다. 그것을 내다본 박영훈은 흑41로 침착하게 지켰다. 백42는 쟁탈의 급소. 이 수가 놓이자 중원의 흑집은 형편없이 쭈그러들었다. 그러나 박영훈은 이미 자기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흑43 이하 53을 선수로 두고 57로 확실하게 지킨 시점에서 그는 흑의 1집반 이상 승리라는 계산을 마쳐놓고 있었다. 수순 가운데 백44는 이것이 최선. 참고도2의 백1로 받는 것은 흑2 이하 6으로 백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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