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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히든카드-관광을 키워라] <상> 돈이 돌게 하자

대못 뽑고… 투자하고… 선순환 생태계 구축, 시장을 넓혀야

호텔을 유해시설로 인식말고 규제 풀어 기업투자 유도

관광단지 주거시설 허용 법안도 산업육성 차원 접근을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을 짓기 위해 지난 2008년 매입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학교 인근의 호텔 건축을 어렵게 하는 학교보건법 등의 규제에 막혀 수년째 삽을 뜨지 못하고 도심의 노른자위 땅이 텅 빈 채 낭비되고 있다.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과거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숙박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광을 둘러싼 생태계를 표현할 때 보통 '관광산업'이라는 말을 쓴다. 관광이라고 하면 보통 자연 그대로나 자연에 아주 가까운 상태를 생각하기 쉽지만 '산업'이라는 이름을 붙일 때는 그렇지 않다. 산업이라면 생산과 유통·소비가 필요하다. 생산에 앞서는 투자도 있어야 한다. 여행을 위해서는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운송수단을 제작하고 연료를 태워야 한다. 테마파크를 건설하려면 자연훼손을 감내해야 한다. 호텔이나 음식점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문제는 비용 대비 수익과 지속 가능성이다.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고도 경제성장기에 갖고 있던 관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규제 일변도 정책이 여전히 관광업을 옥죄고 있다. 국내 관광산업의 선순환과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함으로써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관광산업의 '산업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하게 하자=최근 관광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이른바 '학교 앞 호텔' 허용 여부다. 즉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지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현행 '학교보건법'이 호텔을 '유해시설'로 규정해 학교 인근에 지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호텔은 관광산업의 핵심이다. 호텔은 관광의 3요소, 즉 '숙(宿)식(食)통(通)' 가운데 가장 앞에 온다.

하지만 국내 법은 이런 호텔을 유해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관광을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소비활동으로 인식하던 과거의 잔재가 있는 것이다. 학교보건법은 학교에서 200m 내에 호텔을 지을 경우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호텔건축 제안은 대부분 이를 통과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2010~2013년 4년간 전국에서 91개의 호텔이 정화위 심의에 막혔다. 이 중 41개는 여전히 재추진 의사를 갖고 있다.

장사는 '목'이 중요하다. 호텔 역시 마찬가지다.

문체부는 "41개 호텔이 세워질 경우 2조원의 경제효과와 4만7,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것에는 불합리한 관광단지 제도도 있다. 최근 관광산업은 여가와 레저뿐만 아니라 정주·체류형에 대응하기 위한 복합시설을 요구하고 있다. 관광단지도 이를 위해 아파트나 주택 등 주거형 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 관광단지가 세워진 것은 1971년 제주도 서귀포의 중문관광단지가 시초다. 현재 35곳이 지정돼 개발이 추진 중이거나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평균 2조~3조원의 투자비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기존 관광단지의 경우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부·공공기관이 직접 투자하거나 대기업이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지출했다면 최근에는 실제 수익률을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기간의 투자 필요성에 비해 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문체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관광단지 조성계획 대비 착공면적은 57% 수준이고 투자계획 대비 실투자액은 39%에 불과하다.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현행 구조로는 투자비를 조달할 수 없고 이것이 전체 관광단지의 기본틀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2010년 국회에 상정된 후 지금까지 잠을 자고 있다. 박경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관광패턴이 사계절 정주·체류형으로 바뀌고 이에 맞춘 복합형 관광단지 개발이 요구되는 추세"라면서 "하지만 현재 법은 오히려 관광행태의 다양화와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특혜시비와 산업육성은 분리해야=관광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관광에 대한 위상 조정이 먼저 요구되고 있다. '호텔'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 필요한 셈이다.

최근 규제완화 추진은 특혜시비에 가로막혀 있다. 특혜논란은 제도변경이 특정 기업이나 단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교 앞 호텔'의 경우 서울 종로구 송현동의 경복궁 옆 대한항공 부지 문제가 걸려 있다. 대한항공은 2008년부터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해왔는데 호텔 관련 법률 개정이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게 일부의 주장이다. 관광단지 관련 법 개정은 부산 특혜논란에 휘말려 있다. 부산 지역 단체들이 동부산관광단지 활성화를 위해 주거시설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을 제안했는데 이것이 특혜 요구로 인식된 것이다.

어떤 제도든 개정과 신설에는 이해관계자가 생긴다. 하지만 특혜논란에만 매몰될 경우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다. 기본 법률체계와 특혜시비를 분리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1,217만명이었다. 반면 외국으로 나간 국내 관광객은 1,484만명이나 됐다. 그만큼 국내 관광 콘텐츠와 시스템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관광수입은 141억달러, 관광지출은 177억달러로 36억달러(3조7,000억원)의 관광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올 들어 6월까지 방한한 외래 관광객은 19.8% 증가한 반면 외국으로 나간 우리 국민은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관광의 경쟁력이 다소 높아진 셈이다. 김기홍 문체부 관광국장은 "관광산업에서의 제도개선은 전체 산업경쟁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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