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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새 대통령이 직면할 진실의 순간

누가되든 저성장 수렁에 빠지고 복지버블 속 집단이기주의 분출<br>장밋빛 공약으로 현혹시키고서 무슨 염치로 국민호주머니 털려나


18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누가 되든'이라는 표현이 신문지상에 연일 오르내린다. 가히 시리즈 수준이다. 0~5세 무상 보육과 반값 등록금은 차라리 구문이다. 이제는 의료비 일부도 공짜거나 반값이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타워팰리스의 노인도 받았다는 기초노령 연금은 2배가량 올라가고 정년도 연장된다. 세종시로 내려가는 공무원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큰 정부 공약에 쾌재를 부른다. 누가 되든 해양수산부 부활은 시간 문제다. 이름만 다를 뿐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간판도 걸릴 것이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은 정규직 수준의 대우를 보장하겠다고 한다. 박근혜ㆍ문재인 후보의 공약이 그만큼 닮았다는 얘기다. 그래도 두 캠프에서는 뭐가 다르냐는 지적에 벌컥 화부터 낸다. 상대방의 경제민주화는 짝퉁이요, 저쪽 민생대책은 가짜라는 말다툼에 혈안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인데 지엽말단을 두고 공방이니 허탈할 따름이다.

누가 되든 시리즈는 아직은 공약일 뿐이니 실제 추진될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누가 되든 진실의 순간과 맞닥뜨린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저성장의 질곡이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출범 첫해부터 총체적 경제 난국과 힘겨운 씨름을 할 것이다. 내년 2월 대통령 취임식 한달 앞서 확인되는 2012년 경제성적표는 낙제점을 겨우 면할 게 분명하다. 2%성장도 간당간당하고 내년 역시 잿빛이다. 잘해야 3% 성장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성장률이 지난 2011년 이후 내리 3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초유의 일이다. 닥치고 민생 경제는 외길 수순이다. 어느 후보 가릴 것 없이 외면하던 경제 살리기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치고 올라갈지도 모른다.

두 번째 진실의 순간은 복지의 함정이다. 금융과 부동산에만 버블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기대치가 한껏 부풀려진 그 자체가 버블이다. 선거 때 떼쓰면 통한다는 잘못된 신호가 켜진 것이 버블이 아니고 뭔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고 한다. 허리띠 졸라매 대학등록금 댔더니 이제는 반값이란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계층과 이해관계자의 불만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집단이기주의 분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을 그렇게 때려도 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재정절벽은 다음 차례다. 미국 재정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약 이행 재원은 연간으로 각각 27조원과 38조원에 달한다. 이런 엄청난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른 예산을 줄이든지 국민 호주머니를 더 털어내는 길밖에 없다. 이미 올 하반기에 내년에 사용할 나랏돈 15조원을 앞당겨 털어먹어 재정의 경기조절 여력은 떨어졌다. 공약 관련 지출이 예산집행 우선순위에 부합한지도 의문이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3배로 불어난 재정적자로 해마다 국채 이자 갚느라 4,000억달러씩 쏟아 붓는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0%수준이다. 대선공약을 반영하지 않고도 차기 정부는 해마다 20조원씩 재정적자를 면할 길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복지지출은 한번 길을 터놓으면 되돌릴 수도 없다. 나라곳간이 허물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결국에는 국민의 호주머니를 더 터는 진실의 순간을 맞는다. 민주당은 증세를 대놓고 말하지만 소득세 최고세율 확대적용과 법인세 인상으로 거둘 수 있는 세수는 6조원 될까말까다. 새누리당은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지만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부담 공약이나 연간 본인의료비 부담 100만원 상한제 공약 모두 따지고 보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겠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진실의 순간은 그리 머지않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의욕이 넘치게 마련이다. 당장 추경 카드를 꺼내 들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내년 여름쯤이면 증세 불가피론이 슬슬 피어오를 것이다. 장밋빛 공약으로 유권자를 그토록 현혹시켜 놓고 무슨 염치로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을까. 그 핑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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