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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황희정승과 애널리스트

한기석 기자 <증권부>

조선시대의 명 재상 황희의 무던한 인품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노비들이 싸우며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자 그들에게 모두 “네 말이 옳다”고 인정해주는 내용 말이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이 얘기를 알고 있을 테니 사실 일화라고 할 수도 없다. 갑자기 옛날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에 주식시장을 취재하면서 몇사람의 ‘황희’를 만났기 때문이다. “유가는 앞으로 추가적으로 더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오르기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유가는 우리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당분간 예의주시해야 되며 그 때까지 다소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권합니다” 최근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가 유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답으로 준 내용이다. 이 코멘트에서 잘못된 부분은 한 군데도 없다. 하지만 투자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점수를 준다면 낙제점 이하다. 투자자들은 유가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는 공자님 말씀이 아니라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나름대로의 전망과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기를 원한다. 한동안 유가가 오르는데도 증시는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상승세를 보였다. 당시에 애널리스트들은 유가가 이미 많이 올라 내성이 생긴데다 우리 경제도 그만큼 탄탄해졌다며 큰 악재는 아니라는 식으로 해석했다. 그러다가 이번주 들어 유가 영향이 커지니까 ‘당시에는 증시 상승 때문에 가려져있던 유가 부분이 비로소 드러나고 있다’는 식으로 슬쩍 말머리를 돌린다. 솔직히 말해서 앞으로 유가가 어떻게 움직일 지 100% 확신을 갖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변수가 많은 경제를 전망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들에게 점쟁이가 돼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일관된 논리를 바랄 뿐이다. 한 인간으로서 황희 정승은 무던한 사람이었지만 관리로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시비를 분명히 가려 일을 처리했다. 애널리스트들도 인생은 황희로 살되 업무는 책임감 있는 프로 정신으로 처리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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