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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개성상인의 부활
입력2006-03-09 16:51:52
수정
2006.03.09 16:51:52
“개성이 서울에서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개성을 처음 방문하는 남측 인사들이 차에서 내리면서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통행절차와 대기시간을 제외하면 여의도에서 승용차로 1시간도 채 안되는 거리이다. 개성은 고려의 500년 도읍지로서 국제 무역항의 역할을 하던 예성강 입구의 벽란도가 인근에 있어 외국사신 및 상인과의 무역이 활발히 전개돼 일찍부터 상업도시로 발달했다.
특히 상재(商才)에 능한 개성인은 전국의 행상을 조직, 서울에 송방(松房)을 두고 전국시장의 경제권을 장악했다. 송상(松商)이라고 불리는 개성상인은 사개치부법(四介治簿法)이라는 복식부기를 서양보다 200년 앞서 사용했고 자식의 경영수업을 위해 다른 상인에게 위탁 수습시키는 차인제(差人制)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할머니 떡도 싸야 사먹는게 개성깍쟁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예로부터 개성에는 비가 오는 날이어도 즐비한 가게의 처마 밑으로만 다니면 비를 맞지 않을 정도로 가게가 많아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개성 사람들을 가게쟁이라 불렀는데 그 말이 변해 ‘깍쟁이’가 됐습네다…”라는 개성시내 고려박물관 해설원의 설명처럼 개성은 상업이 매우 번창했던 지역이다.
그 개성에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과 북이 협력해 토지공사에서 공단을 조성하고 있다. 남측의 기업이 공장을 세우고 북측 근로자들과 동거동락(同居同樂)하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벌거벗은 민둥산, 논과 밭 그리고 군부대 막사가 자리잡고 있던 개성공단 일대에는 이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상징하는 한반도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시범단지에 입주한 기업이 지난 2004년 12월 첫 제품을 생산, 서울의 백화점에서 불티나게 판매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한 기업이 개성 현지에 북측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100여명의 금융계 애널리스트를 초빙해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남측의 유명배우를 초청, 패션쇼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남북 교역액이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개성공단 개발 관련 교역액이 1억7,000만달러로 10% 이상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남북 비즈니스의 메카로 변모하고 있는 개성공단의 장점은 중국과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에 비해 임금이 낮으면서 양질의 노동력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말이 통하고 근면성실한 근로자가 버티고 있다. 개성공단은 국내외 노동집약형 중소기업의 활로를 터주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4후퇴 이후 남쪽으로 넘어온 피난민들이 청계천 주변에 자리를 잡으면서 생겨난 동대문 의류상인들이 개성공단 진출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전국 각지의 개성상인들이 개성공단을 통해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세 사람, 국군ㆍ인민군ㆍ연합군들이 무기를 버리고 동막골에 평화를 가져다 주었던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와 같이 개성공단이 동막골처럼 교류와 협력을 통한 평화의 산실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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