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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산업, 빛이 보인다] <5> 캐시카우 각축장이 된 유통

해외 호텔·쇼핑몰 인수… 면세점 진출… 글로벌 공략·변신에 사활

현재 진행 중인 서울 면세점 입찰전은 면세점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꼽는 삼성·롯데·한화·SK 등 주요 대기업의 각축장이 됐다. 소비자들로 북적거리는 인천공항 면세점. /서울경제DB


롯데 1조 투입해 美호텔 매입·러 쇼핑몰 등 눈독

GS는 印尼합작 홈쇼핑 열고 3,000만 가구 유혹

옴니채널…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 문화 사업…

기업들 '탈 유통화'로 신성장동력 모색도 적극


서울역의 롯데마트에서는 국산 돌김이나 '마켓오' 과자 등을 카트 가득 담은 중국·일본·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은 이처럼 한국 식품·화장품 등에 열광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유통업체가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아직 찾기 힘들다. 아직까지는 실패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이 KOTRA·한국무역협회 등 현지 사정에 익숙한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1차 실패를 경험한 국내 유통기업들은 이제 철저한 현지화와 새로운 전략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현지 기업을 사들이는가 하면 면세점을 통해 전 세계 관광객을 붙잡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통기업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몸부림도 치열하다.

◇변신에 사활 건 롯데·GS=롯데는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투자로 본격적인 글로벌 유통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 들어 1조원 넘는 돈을 들여 KT렌탈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미국 맨해튼 중심가의 랜드마크 호텔인 '더뉴욕팰리스호텔'을 8억500만달러(약 9,000억원)에 사들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호텔이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 러시아·인도네시아서는 대규모 쇼핑몰을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기보다는 M&A를 통한 진출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더해졌다.

롯데가 이처럼 통 큰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내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성장에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 공략이 필수다. 롯데는 최우선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으로 'VRICs(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중국)'을 꼽고 이들 지역에서의 네트워크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의 국내외 전체 점포 1만5,600여개 중 해외 점포는 3,400여개다.

GS그룹의 유통계열사인 GS리테일과 GS홈쇼핑도 해외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주목 받는 성공 사례는 GS홈쇼핑의 인도네시아 합작 투자회사인 'MNC GS홈쇼핑'이다. MNC GS홈쇼핑은 2012년에 개국한 인도네시아 최초의 24시간 홈쇼핑 전용 채널로 현지 3,000만가구에 송출된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휴롬 원액기, 해피콜 프라이팬 등으로 현지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면세점 시장서 격돌한 대기업들=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은 유통업계가 모두 주목하는 신성장 사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1일 마감한 서울 면세점 입찰에는 신세계그룹의 신세계디에프, 현대산업과 호텔신라의 합작법인인 HDC신라,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워커힐), 한화갤러리아 등이 참여하며 재계의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단순한 면세점이 아닌 문화·관광 산업이 융합된 쇼핑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HDC신라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면세점과 함께 한류·관광·쇼핑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신세계는 유커들이 접근하기 좋은 명동 본점 명품관 전체를 면세점 후보지로 정할 정도로 '올인'하고 있다.

롯데는 앞서 이탈리아 면세점인 월드듀티프리(WDF)를 인수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3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4개 권역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면세점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굳히게 됐다. 서울 면세점의 경우 동대문피트인을 후보지로 정했으며 지난 30년간 면세점을 운영해온 것을 최대 자산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밖에 한화그룹은 한강·여의도 인근지역을 아우르는 관광 중심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그랜드 플랜' 아래 63빌딩 면세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노량진수산시장, 여의도 IFC몰, 한강 유람선, 국회의사당 등에 이어 자연스럽게 63빌딩으로 발길을 옮기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국산 명품의 세계화, K컬처(문화) 체험,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테마로 한 '면세점 3.0'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동대문의 '케레스타' 쇼핑몰을 면세점 입지로 정한 후 600억원의 패션 소상공인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하는 등 동대문 지역 관광 산업 발전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유통의 '탈(脫)유통'화…새 정체성 찾는 기업들=신성장동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유통이 더 이상 예전 같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일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가 경쟁해야 할 기업으로 미국의 아마존을 꼽는다. 새로운 유통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옴니채널' 전략도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옴니채널은 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융합한 유통 서비스다. 가장 간단한 형태는 롯데닷컴에서 주문한 옷을 롯데백화점의 전용 데스크에서 찾아가는 '스마트픽업 서비스'다. 신 회장은 "롯데가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에도 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힐 만큼 옴니채널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기존의 패션·면세점 사업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 회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유통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식품·콘텐츠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CJ그룹은 단순한 유통기업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문화 사업가'처럼 변화하고 있다. 한식 프랜차이즈인 '비비고'가 한식과 우리나라 식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도맡는 식이다. CJ 관계자는 "드라마 대장금이 동남아에서 인기를 얻으면 한식, 한식 문화, 레스토랑 등을 동반 수출에 현지를 공략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반짝 한류'를 예방하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설명

롯데그룹은 온라인에서 구입한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찾아갈 수 있는 '스마트 픽업' 서비스를 롯데백화점에 도입하는 등 다양한 옴니채널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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