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위기에 시달리던 지난 1998년, '맨발 투혼'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겼던 박세리(35ㆍKDB산은금융)가 14년 만에 역사의 현장에서 경기를 펼쳤다.
6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GC(파72ㆍ6,954야드)에서 열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 1라운드. '노장' 박세리가 오랜만에 인터뷰 공세에 시달렸다. US여자오픈이 1998년 박세리의 '감동 우승' 뒤 블랙울프런을 떠났다가 14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US여자오픈의 '디펜딩 챔피언'은 유소연(22ㆍ한화)이지만 '코스 디펜딩 챔피언'은 박세리였다.
이븐파 72타로 공동 15위에 자리한 박세리는 크리스티 커, 렉시 톰슨(이상 미국) 등 선두 그룹과 불과 3타 차라 '어게인 1998'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박세리는 경기 후 "실수가 있었지만 기분은 좋다. 남은 사흘은 더 재미있을 것 같다"며 "이곳에서 다시 골프를 하고 있다는 게 행복하고 왠지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까다로운 코스 세팅과 섭씨 37도까지 치솟은 찜통 더위 속에서도 버디 퍼트 5개를 낚았다. 8번홀(파3)에서 티샷 실수 등으로 트리플 보기를 적어낸 게 아쉬웠지만 박세리는 "그 홀만 빼면 느낌이 아주 좋다"며 남은 라운드를 기약했다.
'세리 키즈'들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재미동포 제니 리(26)가 2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고 세계 랭킹 5위 최나연(25ㆍSK텔레콤)도 1언더파 공동 8위로 산뜻한 출발을 했다. 유소연은 2오버파 공동 38위로 주춤했고 세계 1위 청야니(23ㆍ대만)도 2오버파에 그쳤다. 지난주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하는 등 슬럼프에 빠진 청야니는 이날 버디 4개에 트리플 보기와 더블 보기, 보기 1개씩을 범했다. 드라이버샷은 14개 중 12개를 페어웨이에 안착시켰지만 퍼트 수 30개가 발목을 잡았다. 타이거 우즈의 조카인 샤이엔 우즈(미국)는 3오버파 공동 55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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