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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게임이 학교폭력의 주범일까?


지난 7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주요 서비스ㆍ제조 분야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류의 경제효과와 우리 기업의 활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 2곳 중 1개사가 한류 덕에 매출이 늘었다고 응답한 게 주 내용이었다. 기업들은 특히 경제적 효과가 많은 한류 분야로 드라마ㆍ영화, K팝 등 대중가요, 한식 등 음식문화에 이어 온라인 게임을 꼽았다. 국산 온라인 게임이 한류 확산의 한 축이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22억1,100만달러(약 2조4,785억원)로 전년(16억6,00만달러)대비 34.8% 증가했다. 이는 전체 문화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게임 한류'가 속 빈 강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팩트(사실)조차 언급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짙다. 게임 한류를 홍보 재료로 잘 활용하던 정부와 관련 기관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게임업계에서도 한류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까닭은 '게임 때리기'때문이다. 한 중학생의 자살로 촉발된 학교폭력 논란이 게임 중독 문제로 옮겨 붙으면서 게임업계가 그야말로 동네북 신세가 됐다. 게임이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정부 부처들은 게임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조치를 쏟아냈다. 셧다운제, 쿨링오프제 등등. 이달 초에는 초중고 학생 6명이 모의해 게임 규제에 앞장서고 있는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었다. 셧다운제 시행으로 게임을 할 수 없어 화가 났다는 게 이들의 범행동기다.

수출액 22억弗… 한류 확산에 큰 기여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게임업계는 납작 엎드려 있다.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가는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겉으로 드러내 놓고 말만 않고 있을 따름이자 속은 부글부글 끊고 있었다.

최근 만나본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와 일부 언론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 게임사 임원은 "게임 한류라면서 호들갑을 떨 때는 언제고 이제는 청소년 폭력의 원흉처럼 온갖 비난을 쏟아내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다른 게임사 사람들을 만나봐도 반응은 다르지 않다.

어떤 콘텐츠든지 오랜 시간 즐기면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특성상 몰입을 요구하는 측면이 강해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한번 게임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 하더라도 게임을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도 학교폭력의 원인은 복합적이라고 진단한다. 무엇보다 경쟁 위주의 학교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근원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게임의 부작용만을 부각시켜 마녀 사냥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게임은 엄연한 수출효자 산업이다. 여러 정부 통계에서도 게임은 콘텐츠 수출의 주력이다.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해 규제의 칼만 들이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규제가 능사가 아니다. 폭력적인 게임도 많지만 교육적인 목적의 게임도 다양하다. 게임 때리기 분위기에 편승해 이중ㆍ삼중의 규제를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게임 한류를 이어갈 수 있는 발전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민관 손잡고 부정적 이미지 없애야

게임업계도 반성할 점이 많다. 그간의 급성장 과정에서 '대박'만 좇았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과몰입 방지 프로그램 등을 가동 중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탈선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PC방 개선 사업이라든지 업계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산재해 있다. 왜 PC방은 얘들이 모여서 게임 하는 곳이어야 하는가.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이 필요하다. 야구단을 만든다고 해서 게임산업의 위상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한류의 중심축으로 대접 받으려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한다. 업계 선두권이라고 자랑하는 게임업체의 최고경영진들은 뒤에서 팔짱 낀 채 소나기가 지나가기만 기다리지 말고,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는 데 직접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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