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은 제도권의 문턱이 높은 저소득ㆍ저신용계층에 낮은 금리로 사업자금이나 생계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서민들의 부채부담을 덜어주고 재기의 발판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지만 경기가 급격히 나빠져 이마저도 버거워하는 대출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돈을 갚지 않고 아예 잠적해버리는 모럴해저드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은행에 강제로 목표치를 할당하는 등 밀어붙이기 정책을 펼친 것이 오히려 연체율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당국은 서민금융의 무분별한 확대가 오히려 불량대출자와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햇살론만 해도 지원요건 완화로 대출자 10명 중 1명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는 통계치가 나와 있다. 단지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퍼주기식 지원으로 일관한다면 빚의 멍에만 안겨주고 정작 자금이 절실한 이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중구난방처럼 이뤄지는 서민금융상품의 지원 대상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유사한 상품을 통폐합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심사과정도 상환능력이나 자금 사용처 등을 꼼꼼하게 따져 서민들의 재기를 실질적으로 북돋우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마땅하다.
이런 마당에 대선주자들은 너도나도 저소득층을 겨냥한 선심성 금융지원 방안을 들고나오니 걱정이다. 사실상 재정을 동원해 고금리 대출부담을 줄여주겠다거나 사채금리를 제한하겠다는 식의 선심성 공약이 판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서민금융을 확대하라고 노골적인 압력까지 행사했다고 한다. 새 정부는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며 아무에게나 빚을 권유하고 금융시장의 자율성까지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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