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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공예의 정수… '나전경함' 600년만의 귀환

국립중앙박물관회 삼고초려 끝 日서 구입해 기증

폭 42㎝ 경전함에 자개 2만5000개 넘게 붙여

국보급 문화재로 일본 5점 등 전세계 9점만 남아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회의 기증으로 전 세계 9점 밖에 전해지지 않는 고려 나전경함을 기증받았다. 폭 41.9cm 크기의 이 경전함은 자개 2만5,000개로 이뤄진 모란당초무늬가 화려하게 표면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없어서 잘 몰랐던' 우수한 우리 유산 '고려나전경함(高麗螺鈿經函)'이 600여년만에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다. 지난 2010년 일본 언론이 세계 9번째의 고려나전경함이 발견됐다며 대서특필한 그 물건이다. 고려 나전칠기(螺鈿漆器)에 속하는 이 문화재는 고려 청자, 고려 불화와 함께 화려하고 섬세한 고려미술의 3대 정수(精髓) 로 꼽힌다. 그중 가장 희소성 높은 것이 나전칠기로 완전한 형태를 유지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10여 점 정도이며 '나전경함'의 경우 국내에 단 한 점도 없었다.

국보급 문화재인 나전경함을 국립중앙박물관회(회장 김정태)가 일본에서 구입해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지난 5월 23일 나전경함을 들여와 철저한 보안 하에 상태확인 및 보존과학 분석을 거친 후 15일 박물관 내 회의실에서 처음 공개했다.

◇일본 개인 삼고초려 환수=국립중앙박물관회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문화재 환수에 집중했고, 내부 컬렉션회 신성수 위원장은 수차례 일본을 오가며 유물 찾기에 매달렸다. 그러던 중 일본 교토에서 나전경함의 소재를 파악하고 2013년 가을 소장가를 찾아갔다. 나전경함의 이전 소장자는 일본의 저명한 수장가 겸 은퇴한 고미술상으로, 수년 전 일본 내 전문가들만 참여할 수 있는 비공개 고미술품 경매를 통해 유물을 입수했다. 귀한 것을 팔 생각도 없고, 더군다나 일본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원치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한국에는 이 유물이 없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며 삼고초려의 몇 곱절 정성을 쏟아 일본을 오갔고 마침내 나전경함의 소장자는 매도를 결심했다. 박물관 위원회 측은 "소장가 정보와 유물 가격은 비공개"라 전제하며 "고려 불화 이상의 가치"라고만 귀띔했다. 고려불화는 경매에서도 수십억원에 매매되며 희소성 때문에 거래조차 드물다.



◇폭 41㎝함에 자개 2만5,000개=이번에 환수돼 박물관이 소장한 나전경함은 기법 면에서 어렵기로 유명한 '모란당초문'이 표면 주무늬이다. 모란당초무늬로 제작된 나전경함은 세상에 딱 2점 뿐이다. 높이 22.6㎝에 폭 41.9㎝, 길이 20㎝ 크기 상자형태에 무게는 2.53㎏이며 제작시기는 고려 후기 정도로 추정된다. 나전경함 제작에는 얇게 종잇장처럼 손질한 전복껍질을 무늬대로 오려내고 자개를 국수가락처럼 가늘게 잘라 내 문양을 내는 등 나전칠기 특유의 섬세한 기법이 총동원됐다. 표면에는 모란꽃 454개가 있는데 꽃 송이 하나가 9개의 나전과 여러 개의 당초문 이파리가 들어갔다. "개별 자개문양 2만5,000개 이상을 붙여 완성한 것"이라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또한 고려 나전경함이 갖는 △모죽임 △골분(骨粉) △금속선 사용 등의 고유한 특성을 모두 보여준다. 모죽임은 모서리를 둥글고 부드럽게 만드는 기법이며, 동물 뼈를 간 '골분'을 유연한 칠(漆) 재료와 섞어 바탕칠을 하면 탄탄한 표면을 만들면서도 어두운 갈색의 색조를 형성할 수 있다. 0.3㎜의 황동선으로 당초무늬 줄기와 경계선을 구성한 것 역시 섬세한 고려장인의 성과다. 경함의 용도에 대해 신 위원장은 "고려대장경 초조본도 두루마리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런 두루마리 경전을 보관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보급 문화재…日도 3점 국가지정문화재로 관리=경전 보관용인 나전경함은 고려 원종 13년(1272년)에 경함 제작 관청인 '전함조성도감(鈿函造成都監)'이 설치됐다는 '고려사' 기록이 있을 정도로 '특별 관리' 됐다. 경함은 사찰간 혹은 국가간 선물로 교환되기도 했으나 상당수 고려 문화재는 고려말~조선초에 해외 교역이나 왜구 침탈 등으로 유출됐다. 당시 반출된 것으로 보자면 이번 환수는 600 여년 만이다. 대부분의 나전경함은 일본 영주인 다이묘 소장품에서 나왔기에 이 경함도 유사한 경로로 반출된 것으로 추측할 뿐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다른 8점의 나전경함은 대영박물관,암스테르박물관,보스턴미술관을 비롯해 일본의 박물관이 4점, 일본 개인이 1점 소장하고 있다. 일본 소장품 5점 중 3점은 현지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유물의 보존상태나 전시가치가 뛰어나다"며 "국보급 고려시대 문화재가 영구히 국내로 들어와 전시로 관객들에게도 보일 수 있게 돼 이번 기증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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