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 불균형 심각한 수돗물 복지


최근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빈발하는 가뭄 때문에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깨끗하고 안전한 물 확보가 갈수록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시각에도 전세계 8억8,000명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 해마다 다섯 살 이하 어린이 150만명이 물 부족과 오염된 물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 그래서 유엔은 지난 2010년 안전하고 깨끗한 물에 대한 권리를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하는 인권으로 선포, 국제사회에서 물 인권 보장이 중요한 어젠다로 등장하고 있다.

보급률 낮고 노후 상수도관 많아

우리나라도 물 부족과 안전한 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 여름, 우리는 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재해의 형태를 모두 겪었다. 6월 100년 만의 가뭄이 찾아와 거북등처럼 갈라진 논에 물을 대지 못해 애태우는 농부의 모습이 연일 언론에 보도됐다. 강수 부족과 무더위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8월에는 녹조ㆍ남조류가 강물을 뒤덮어 '녹조라테'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노후화된 수도관 때문에 수돗물 단수(斷水) 사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상수도 통계 등에 따르면 광역상수도 등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단수 사고는 2005년 51건에서 2010년 104건으로 104% 증가했다. 20년 이상 돼 교체가 시급한 노후관이 전국적으로 4만㎞를 넘는다. 상수도 혜택의 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오늘날에도 읍ㆍ면 지역 상수도보급률은 여전히 60%를 밑돈다.

이 같은 수돗물 미보급, 제한급수, 단수 피해는 저소득층에 더욱 크게 나타난다. 일부 계층은 위기가 닥쳐도 생수를 구입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가는 특히 서민과 저소득층을 포함해 모든 국민들에게 생존에 필수적인 일정량의 위생적인 물을 공급, 국민들의 물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고 있다. 대선을 앞둔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차기 정부의 현안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제 물에 대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물 기본권 보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저소득층에 물값을 감면하고 물 기본권과 물 복지 실현이 지속 가능한 국가정책으로 뿌리내리려면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생산원가의 80% 수준에 불과한 수도요금의 현실화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돗물 생산에 100원을 투자할 때마다 20원씩 손해를 보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제대로 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수돗물 품질향상을 위한 고도정수처리시설 확대와 노후관 교체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요금 현실화해 시설투자 늘려야

가구당 월 600~700원만 추가 부담하면 깨끗한 물 공급을 위한 투자재원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은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수도요금 현실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책당국이 물가관리를 위해 고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저가 수돗물정책'이 장기적으로 서민들에게 지속 가능한 물 복지와 물 기본권을 실현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물에 대한 수요관리를 어렵게 해 물 낭비를 조장하는 측면은 없는지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서민과 저소득층에게 보편적인 물 복지와 물 기본권을 실현하는 것이 다른 영역에 미치는 함의를 간과할 수 없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빈곤층이 확산되는 위기상황을 맞은 한국 사회는 물ㆍ주택ㆍ의료ㆍ교육 등 국민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