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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너스 회수 법안' 여론-합법 사이 고심

"징벌적 세금 제도로 환수" 분노 목소리 크지만<br>'소급 불가' 법논리 위배·금융사와 갈등 부작용 우려<br>상원 표결 연기속 법안 수정등 절충점 모색할 듯

벤 버냉키(오른쪽)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에서 열린 AIG 관련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그는“AIG가 지급한 보너스를 회수하기 위해 소송을 검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지원받아야 할 정도로 부실의 대명사가 된 미국 최대 보험업체 AIG. 이 회사가 '구제금융은 구제금융이고 보너스는 보너스'라는 식으로 임직원에게 1억6,500만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보너스를 제공한 것을 놓고 미국이 묘한 입장에 빠졌다. 정서적으론 말도 안 되는 행태인데 현행 법상으론 단죄할 방법이 없는 적법한 지급이다 보니 미국민들 사이에 "이참에 징벌적 세금제도를 도입해 환수하자"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 같은 법을 만든다 해도 법의 대원칙인 '소급적용 불가'에 배치된다. 보너스 환수를 위한 소송을 거는 방안도 가능하겠지만 법정에선 '합법행위'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게다가 그동안 초고액 보너스를 당연한 보상으로 여겨온 월가의 반감을 불러일으킨다면 무엇보다 시급한 금융위기를 풀어갈 해결사를 내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AIG를 비롯해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금융기관들의 보너스 시스템에 대해 손을 델 수도 뗄 수도 없는 입장에 빠진 미국은 지금 '정서와 합법의 절충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연방하원이 여론을 등에 업고 50억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의 보너스에 대해 최대 90%를 과세하는 법안을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킬 때만해도 AIG의 파렴치한 행위를 법을 통해 단죄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너스 과세에 대한 불법 논란과 함께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의 갈등이 향후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역효과를 낼 것이란 반론에 힘이 실리면서 상황은 반전되고 있다. 일단 이번 주말 예정됐던 상원에서의 관련 법안 표결이 다음달 말께로 미뤄졌다. 명목상으로는 "법안에 대한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지만, 관측통들은 정치권이 법 제정을 통한 보너스 강제 추징이라는 무리수를 피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하기위한 일종의 시간 벌기로 분석하고 있다. 법안 추진에 적극적이던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이처럼 한 발 물러선 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징벌적 성격의 하원 법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원안대로라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도 한몫 했다. 하지만 AIG의 후안무치한 행태에 대한 일반인의 공분이 너무 커 관련 법안이 그대로 좌초될 것으로 단정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AIG 보너스 회수 방법을 놓고 관련 법안의 수정을 비롯해 자진 반납 권고, 정부의 보너스 반환 소송 등 다른 대안들도 적극 검토될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사실 하원 법안은 통과 당시부터 "세금 폭탄이다", "너무 나갔다" 등의 평가가 많았다. 하원 법안은 정부로부터 50억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를 법 적용 대상으로 잡았다. 특히 보너스가 25만달러를 넘을 경우 90%의 세율을 적용토록 했다. 주 정부의 세금을 감안하면 사실상 보너스 전액이 환수되도록 했다. 반면 상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은 내용에서 차이가 난다. 상원 법안은 적용 대상 범위를 1억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로 확대한 반면 보너스에 총 70%(개인과 기업에 각각 35%씩)의 세금을 매겼다. 당초 상원이 이번 주말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하원과 상원이 논의를 통해 단일 법안을 만들어 재표결과 대통령의 서명 이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상원 표결 연기로 향후 진행 방향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너스 회수 법안 반대론자들은 이번 입법 조치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소급 입법'임을 들고 있다. 일부 법률가들은 금융 기관들이 불법적인 보복 입법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정부와 금융기관의 타격이 예상된다는 경고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또 향후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보너스 회수 법안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실자산 청산을 위해 민관합동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금융기관의 호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보너스에 대한 과세로 정부와 소원해진 금융 기관들이 펀드 참여에 미온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헤지펀드 등도 정부 간섭을 피하기 위해 미 연방정부제도이사회(FRB)의 기간자산담보대출창구(TALF) 활용을 꺼려 금융안정화가 더뎌질 수 있다는 게 법안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에다 보너스 회수가 금융기관의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것이란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상원의 표결연기도 이 같은 비판을 마냥 외면하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원 예산위원장인 민주당의 켄트 콘라드 의원은 24일 "AIG의 보너스 회수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민주당 내 달라진 기류를 전했다. CNN머니는 "의원들이 지급된 보너스를 환수하는 법안을 손대기 보다는 미래에 지급될 보너스를 규제하는 쪽으로 결국 방향을 틀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AIG 임직원들은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지급받은 보너스를 자발적으로 토해내고 있다. 뉴욕주 법무부에 따르면 AIG 임직원들이 받았던 보너스 1억6,500만달러 가운데 8,000만달러가 조만간 환수될 전망이다. 만약 보너스가 완전히 회수되지 못하면 AIG 지분 80%를 보유한 정부가 AIG를 상대로 보너스 반환 소송을 제기하거나 보너스를 반납하지 않는 직원에 대한 해고 압박 등의 방안이 강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보너스 반환 소송의 경우 보너스 지급이 계약 의무 사항이라 정부가 되려 손해배상금을 물 가능성이 있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 시점에서 상원에서 기존 법안이 수정돼 의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민간 사이드의 협조가 필요한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들어 부쩍 금융권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는 있지만, 국민의 분노를 감안해 관련 입법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에는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해 당초 원안보다는 징벌적 성격이 많이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정상으로 상원이 4월6일 휴회, 20일 다시 개회되는 만큼 표결은 이르면 내달 20일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지난 23일 백악관이 부실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보너스 제한 조처를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입 프로그램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보너스 제한 조처를 지렛대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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