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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포스트 차베스 시대의 중남미


베네수엘라를 14년 동안 통치했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3월5일 사망하면서 베네수엘라와 중남미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차베스는 지난해 4월 대통령 4선에 성공하고 취임선서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해 12월 암 수술을 받기 위해 쿠바를 방문했고 그때부터 국정은 실질적으로 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의 손에 맡겨진 상태였다. 2012년 3월 정부의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서 베네수엘라 화폐(볼리바르)의 32% 평가절하를 결정한 것도 바로 그였다.

원유 공급 중단땐 카리브해 경제 타격

베네수엘라 헌법 233조에 의하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선서를 하지 못한 경우 국회의장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돼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1월 차베스는 재선된 대통령이기 때문에 취임선서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위 헌법조항을 해석하고 차베스 서거 후인 3월8일 마두로가 임시대통령으로서 선서하는 것과 차후 실시될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마두로는 곧바로 차베스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며 국회와 육군사관학교에서 임시대통령 선서식을 가졌다. 동시에 헌법에 따라 4월 중 대통령 선거를 실시할 수 있도록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 선거 준비에 착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대선 재선거 일정을 4월14일로 확정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대선 때 차베스에게 11% 표 차이로 패배했던 미란다주 주지사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마두로의 임시대통령으로서 선서한 것뿐만 아니라 그가 임시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대선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은 명백하게 헌법을 위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4월 대선에 도전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으나 야권 통합연대(MUD)의 공식적인 추천이 있자 재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상태다.

야당 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경우 베네수엘라가 변화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외국 언론의 분석이 있었지만 베네수엘라 현지에서는 선거 자체는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베네수엘라의 컨설팅회사 인떼르라세스는 차베스가 생전에 본인의 후계자로 지명한 마두로가 14% 이상의 표 차이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다만 차베스와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소유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군부의 지지도 확보하지 못한 그가 현재 베네수엘라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는 여전히 문제이다.



차베스의 서거가 석유원조 중단으로 이어진다면 쿠바와 기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은 경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원유 수요의 3분의2를 베네수엘라로부터 지원받아 왔던 쿠바는 1990년대 말 소련의 원조가 중지됐을 때보다 더 심각한 사태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이러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채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두로 당선땐 급격한 변화는 없을 듯

하지만 만일 마두로가 당선된다면 이런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마두로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쿠바의 정치적 자문과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기타 우방국에 미치는 파장 또한 상대적일 것이다. 각 나라마다 차베스의 남미통합 운동에 동참한 정치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차베스의 서거는 그가 꿈꿨던 이상의 실과 허를 평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국가의 장기적 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중남미 지도자들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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