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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도 신흥국도 물가보다 성장 우선

■ 글로벌 양적완화 2라운드<br>2008년공조후 동시다발 돈풀기 사실상 처음<br>물가 상승 압력·환율 불안등부작용 우려도


지난해 7월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2.25%에서 1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질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그해 들어서만도 다섯 차례나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진 대대적 유동성 공급으로 풀린 돈이 신흥국으로 몰려들면서 브라질뿐 아니라 중국ㆍ인도 등 각국 정부는 금융긴축으로 돈줄을 죄는 데 바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고공행진하던 신흥국 경기가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브라질 통화당국은 8월 물가가 다소 안정되고 있다며 그해 처음으로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19일까지 중앙은행은 여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3.5%포인트나 끌어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0년 7.5%에 달했던 브라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7%까지 급락한 데 이어 올해도 3.0%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영국을 제치고 세계 6위로 올라선 브라질 경제규모는 올해 다시 영국에 6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은 다른 신흥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0년 10.6%의 가파른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인도는 과열경기에 대한 우려와 물가압력 때문에 201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무려 13차례나 금리를 올리는 고강도 긴축정책을 고수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둔화가 진전되는 와중에 긴축으로 일관한 탓에 경기가 예상 밖으로 빠르게 꺾이자 올 들어 인도는 3년 만에 금융정책을 완화기조로 선회했다. 물가압력보다 경기둔화가 경제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 탓이다. 인도 중앙은행은 1월 2009년 1월 이래 처음으로 은행 지준율을 인하한 데 이어 3월에는 지준율 추가 인하, 17일에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조치를 각각 단행하며 본격적인 경기부양 대열에 동참했다.

올해 성장률 8% 붕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중국에서도 추가 금융완화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1ㆍ4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8.1%에 그치며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현재 20.5%인 지준율을 한 단계 더 끌어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국무원 상무회의에 참석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비가 내리기 전에 창을 수리해야 한다"며 경기둔화에 대한 정책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이처럼 불과 수개월 전까지도 긴축에 앞장섰던 신흥국들이 속속 부양을 위한 금융완화로 돌아서면서 글로벌시장에는 2008~2009년에 이어 또 한차례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2008년 이후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이 두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2조3,000억달러의 돈을 풀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완화에 공조한 뒤 선진국과 신흥국이 너나 없이 돈 풀기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제로금리를 이어온 일본의 경우 오는 27일 추가 완화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고 유럽중앙은행(ECB)이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유럽 경기침체와 미국의 고용부진 및 소비위축 여파로 추가 유동성 공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서 가시지 않고 있다.

다만 곳곳에서 진행되는 금융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아직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잇단 금융완화책은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수도 있다. 2008년 금융완화 이후에도 유동성이 대거 풀린 탓에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요동치는 시장왜곡 현상이 두드러진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파른 금리인하를 통한 신흥국의 금융완화는 물가나 경기를 크게 좌우함으로써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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