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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지 못한 그리스가 해외에서 발전연료를 사오지 못해 정치ㆍ경제ㆍ사회가 '올스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를 시간문제로 보고 비상대책(컨틴전시플랜)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그리스 '블랙아웃' 맞나=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신민당과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사회당(PASOK) 등 3대 정당 당수와 군소정당 대표들을 일제히 소환해 연립정부 구성 논의를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그리스 헌법에 따라 오는 17일까지 연정이 조각되지 않으면 6월 중순께 재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연정구성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그리스는 사실상 무정부 상황이 가속화하면서 경제도 최악의 혼란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그리스의 재정은 이미 완전 소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그리스 전기운영기관(HEMO)이 해외에서 발전연료를 사오기 위해 3억5,000만유로 규모의 긴급 유동성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자금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블랙아웃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이날 경고했다. 그리스는 총선이 치러진 지난 6일에도 대정전 위기를 간신히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시장은 그리스 정부가 15일 만기가 돌아오는 4억3,600만유로 규모의 변동금리채권을 상환할지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빚은 국채탕감에 합의하지 않은 채권자들의 몫이다.
◇비상대책 수립 들어간 시장=유럽의 금융권과 재계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점차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최대이자 유럽 2위 규모의 가전제품 소매업체 딕슨은 그리스 급변사태에 대비해 매장철시 계획을 이미 세웠다. 딕슨의 세바스티안 제임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제품을 보호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고 말했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 역시 그리스의 대혼란(카오스)에 대비해 내부 특별대응팀을 구성했으며 유럽 최대 보험업체인 취리히보험그룹도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몇달 전만 해도 희박했던 '플랜B'의 가동 가능성이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고 이날 분석했다.
유럽의 고위 정책결정자들도 그리스 사태의 종착역에 유로존 탈퇴라는 결과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뤼크 코엔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FT와 인터뷰에서 "유로존과 그리스가 결국 갈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호노한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 역시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유로존 탈퇴는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으며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탈퇴가 현실화할 경우 나머지 국가보다 그리스의 충격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올리 렌 EU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도 "이제 공은 그리스인들의 손으로 넘어갔다"며 긴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유로존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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