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손학규 구호 하나에 '초대박'
네이밍의 정치… "잘지은 슬로건이 유권자 사로잡는다" 대권주자들 작명 고심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문재인 '우리나라 대통령'… 김두관 '아래에서부터'朴, 홍보전문가 잇단 영입… 야권 주자들과 대결에 대비
유병온기자 rocinante@sed.co.kr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 구호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그 슬로건 하나로 지지율이 순식간에 5%는 오른 것 같습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측 한 인사의 부러움에 가득 찬 말이다. 딱딱할 수 있는 정치선언이나 정책발표를 이처럼 간결한 슬로건 하나로 제시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네이밍 정치'가 대권 주자들 간 또 다른 경쟁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임기 내 연간 실근로시간을 2,000시간으로 줄이겠다'는 정책공약을 표현한 구호다. 지난해 당 대표 시절 손 후보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 관련 토론을 하던 중 자신의 영국 유학경험을 빌려 "유럽은 상대적으로 저녁이 있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노동시간에 얽매여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계기가 됐다. 이를 '저녁이 있는 삶'으로 구호화하자고 제안한 게 손낙구 보좌관, 김계환 비서관이다. 손 후보는 최근에는 자신의 보육정책을 '맘(Mom) 편한 세상'으로 구호화해 연이어 히트를 쳤다.
김 지사에게서 눈에 띄는 슬로건은 '아래에서부터'다. 자신의 정치경험을 담은 책 제목이기도 한 '아래에서부터'는'이장→군수→장관→도지사'라는 김 지사의 독특한 이력을 표현함과 동시에 '국민을 섬기겠다'는 정치철학을 담은 슬로건이라고 한다. 김 지사는 '아래에서부터'라는 슬로건을 상징할 수 있는 장소인 해남 땅끝마을에서 오는 8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지금껏 국민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대통령이 아닌, '우리나라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 국민이 자랑스러워 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문 후보의 바람을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에 담았다고 한다. 실제 문 후보는 대선 출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함께 쓰는 출마 선언문'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국민과 소통하는 후보라는 이미지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아 이번 대선에 내세울 슬로건이 없는 상태지만 홍보 전문가들을 캠프에 대거 배치, '네이밍 정치' 대결에 대비하고 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를 만든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과 '2002년 한일월드컵 공식 포스터'를 제작한 변추석 국민대 조형대학장 겸 디자인대학원장이 캠프에 합류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던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슬로건 정치"라며 "자기 정책을 강의하듯 구태의연한 표현을 써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점에서 (네이밍은) 대권 주자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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