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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29일] 밀어 붙이기 정책의 末路

"당연히 예상됐던 결과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 중 하나로 내년부터 당연히 실행될 것으로 기대되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ICL)제도'의 무산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ICL제도는 학자금 대출을 원하는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대출해주고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서민층 자녀들의 절박한 대학 등록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진작 도입했어야 할 정책이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관련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가 반(反)서민적이어서(?) 제도 시행의 불발을 두고 논란은 분분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성과에 급급한 밀어 부치기 정책의 말로(末路)다. 하나하나 뜯어보자. 정부는 먼저 ICL 제도 시행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 한국장학재단 출연금으로 4,285억6,800만원을 책정했다. ICL제도 운영을 맡는 한국장학재단이 제도 시행을 위해 10조원가량의 채권을 발행하는데 일부 출연금은 채권발행의 기초자본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정부기관들의 채권 발행액은 자기자본의 10배를 넘지 않도록 돼 있다는 점. 원칙대로 한다면 장학재단이 발행할 수 있는 채권은 기껏해야 2조원을 넘지 못한다. 채권 발행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 출연금을 늘려야 하지만 정부가 선택한 고육지책은 '채권발행 제한규정'을 삭제하는 안이었다. 장학재단만은 무제한적인 채권발행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도록 하자는 것이었는데 여야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뿐 아니다. 정부는 장학재단 출연금의 재원을 기존의 국가장학기금 출연 예산과 저소득층 장학금 지원예산을 2009년보다 각각 1,331억4,600만원, 406억원 감액하면서 조달했다. 이 부분에서도 반발은 컸다. 국가장학기금 출연금의 축소로 저소득층 대학생이 학자금 대출 자금을 갚을 때의 이자 경감이 재학생만 대상으로 국한됐고 차상위 계층 이하의 학생에게 주어지던 무상 장학금 프로그램도 대상 범위가 대폭 줄면서 내년 신입생은 이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서민정책으로 도입됐던 제도가 되려 서민층 학생들의 부담만 키운 꼴이다. 아울러 대출금리가 6%대에 복리를 적용한다는 내용에서부터 등록금 인상에 대한 규제 없이 ICL 제도만 도입하면 등록금 인상만 가속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초기 ICL 모델은 많은 지지를 받았다. 손때가 묻을수록 정책은 꼬였고 급기야 국회에서 제동이 걸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단기성과보다는 100년 대계를 꿈꾸는 정책은 여전히 정부에게는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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