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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지상공격 배경과 전망
입력2006-07-23 10:18:35
수정
2006.07.23 10:18:35
이스라엘의 레바논에 대한 본격적인 지상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자국 병사 2명이 헤즈볼라에 납치된 이후 공습과 포격으로 레바논 전역을 타격하면서 헤즈볼라가 로켓공격을 하는 레바논 접경 지대에서 제한적인 지상작전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은 레바논 공격 11일째인 22일 접경지대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진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레바논 진격은 무장민병 조직을 거느린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 벌여온 싸움에 레바논 정규군을 개입시킬 것으로 보여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면전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상공격 왜 하나
이스라엘의 이번 레바논 공격 목적은 헤즈볼라의 무력화에 있다.
이스라엘은 이를 위해 지난 10일 간 헤즈볼라의 거점시설을 분쇄하기 위한 공습과 포격에 집중해 왔으나 이 같은 방식의 작전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정밀 폭격을 가한다고는 하지만 폭격에 따른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헤즈볼라 요원보다는 민간인이었다.
민간인 희생이 커지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공격행위에 대한 규탄 여론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이스라엘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미국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지지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할 경우 미국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 할수록 불리한 쪽은 이스라엘이다.
또 이스라엘 지도부는 헤즈볼라를 무력화 하기 위해서는 지상작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가까운 남부 레바논 지역 곳곳에 공습으로는 파괴가 어려운 비밀 지하벙커를 만들어 놓고 로켓공격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군의 엄청난 공습과 포격을 견뎌내며 로켓공격력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헤즈볼라 분쇄를 위해 필요할 경우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전면적인 지상 침공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시간 싸움에서 불리한 이스라엘의 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의 칼럼니스트인 아리 샤비트는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공습으로 제거하더라도 공군력만으로는 완전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며 이번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레바논 군 개입으로 전면전 우려
지금까지 공습과 포격 위주로 이뤄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저항한 레바논 내 세력은 헤즈볼라뿐이다.
그러나 레바논 군은 이스라엘 군이 남부 지역에 지상군을 들여보낼 경우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 엘리아스 알-무르 레바논 국방장관은 "우리에게 부여된 헌법적인 의무는 레바논영토를 방어하는 것"이라며 레바논 군이 국토방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종파를 초월한 국민적 지지를 호소했다.
공군 전력이 공백 상태인 레바논 군은 7만명의 지상군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상전에 레바논 군이 전면 개입하면 이스라엘 군도 상당한 병력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무르 장관은 이스라엘의 침공에 맞서 정규군과는 성격이 다른 헤즈볼라의 민병조직과 함께 싸울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전투가 치열해 지면 자연스럽게 국토방위라는 공동 목표 하에 레바논 군과 헤즈볼라 간의 합동 전선이 구축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스라엘 군은 이럴 가능성에 대비해 공습 초기부터 사실상 레바논 군의 유일한항공전력이던 헬기부대를 폭격하고 도로를 무차별 파괴해 교통망을 끊어 놓음으로써레바논 군의 작전능력에 타격을 가했다.
◇지상공격 후유증만 키울 듯
이스라엘은 지상공격을 통해 국경지대로부터 약30㎞ 이북에 있는 리타니 강까지 산재한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 거점을 모두 분쇄한 뒤 이곳의 통제권을 레바논 정부에 넘겨 헤즈볼라의 로켓공격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더라도 장기간 점령체제를 유지할 생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레바논 정부가 남부 지역에 대한 치안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까지만 점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레바논 정부가 원하는 바가 아닐 뿐더러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국제법 위반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스라엘이 압도적 화력을 앞세워 레바논 남부지역을 점령하면 레바논 뿐만 아니라 아랍권의 반 이스라엘 투쟁이 격화할 것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이 1982년 단행한 레바논 남부 침공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1982년 레바논에 거점을 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공격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남부 레바논을 침공해 장악했지만, 그 결과는 이스라엘의 패배로 귀결됐다.
이스라엘은 당장에는 팔레스타인 세력의 로켓공격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지만, 레바논 내의 시아파 무슬림들이 그 이듬해 오늘날의 헤즈볼라를 결성해 더 강력한 반 이스라엘 투쟁을 하도록 하는 동기를 제공했다. 헤즈볼라는 남부 레바논에 주둔한 이스라엘 군과 해외의 이스라엘 이익 시설을 상대로 게릴라 및 테러 형태의 공격을 끈질기게 퍼부어 이스라엘은 마침내 백기를 들고 2000년 5월 레바논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아랍권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이 무력을 동원해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겠다는 구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 등 이스라엘을 둘러싼 분쟁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는 한 설령 헤즈볼라의 공격력을 제거하더라도 헤즈볼라 이상의 반 이스라엘 세력이계속 생겨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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