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요일 아침에] 경기대책 앞서 풀어야할 과제
입력2006-10-25 18:20:50
수정
2006.10.25 18:20:50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정부가 경기부양의 의지를 내비쳤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올해 경제상황을 ‘사실상의 불황’이라고 규정하며 경기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처지다. 그런 마당에 불황이면 불황이지 ‘사실상의 불황’은 또 무엇인가. 그도 그럴 것이 “경기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일관된 주장이었으니 불황이라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못을 알면서도 시인하지 못하는 처지가 참 딱하기 이를 데 없다.
인위적인 부양책은 효과 못 거둬
어쨌든간에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부총리의 입을 통해 정부가 뒤늦게나마 현실을 인식한 것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의 필요성에 대해 내년 미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둔화와 북한 핵 위기의 파장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지난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에 그쳐 경제는 이미 바닥으로 향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앞으로 어떤 대책이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그리 크게 기대할 것은 못되리라고 본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재정과 금리정책이다. 하반기에 집행할 예산을 상반기로 앞당기고, 금리를 내려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는 식이다. 그러나 예산의 조기집행은 수년째 계속돼왔지만 경기는 좀체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금리인하도 한국은행 총재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쉽게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닌 듯싶다.
경기부양의 타이밍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경기침체 이야기가 나온 지 이미 오래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고유가의 파장이 상당히 오래 갈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는 괜찮은데 민생이 문제다”는 식으로 경기하강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경부 관리들은 “민간연구소들의 진단은 성급했다”며 현실을 애써 외면했다. 상황판단이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다.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처방이 올바르게 나오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진정 경기를 살리겠다고 한다면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참여정부의 ‘코드’를 수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정책의 과감한 변화가 요구된다. 모든 정책과 제도를 시장이 요구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뛰자 건설교통부는 신도시를 또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지금 뛰고 있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하려면 진즉 했어야 했다. 신도시 건설은 결국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신만 더 증폭시키는 꼴이 됐다. 시장 기능을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 부동산시장이 왜곡된 것은 시장과 동떨어진 각종 규제 때문이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팔고 싶어도 높은 세금 때문에 팔지 못하고 있다. 사려는 사람은 너무 오른 집값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 모두 오도가도 못하는 실정이다. 더 이상 '코드'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팔리지도 않는 소형과 임대주택보다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중대형 공급을 늘려야 한다.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세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거래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건설ㆍ부동산경기만 살아나도 경기는 아연 활기를 띠게 된다.
‘코드’에 집착말고 규제혁파부터 해야
기업들의 사기를 꺾고 투자의지를 좌절하게 하는 각종 제도와 법률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지금 돈이 넘쳐 주체를 못하고 있다.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돈을 쓰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반시장적이고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제도는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아파트는 지으면서 대기업들의 공장은 짓지 못하게 하는 수도권규제정책,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이제 버릴 때가 됐다. 이중대표소송제, 이사의 회사기회이용금지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도 재검토돼야 한다. 기업투자를 유도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경기대책은 없다. 돈을 가득 쌓아두고 있는 기업들이 곳간을 활짝 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작용도 적고 파급효과도 큰 방법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다. 시장과 민간의 활력을 북돋우는 것만큼 빠르고 효과적인 경기대책은 없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