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총장 사퇴 이후 전국 검사들의 분위기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채 총장이 사퇴한 13일 당일 처음으로 평검사 회의를 급하게 소집한 서울서부지검은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후 곧바로 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쳐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감찰 지시의 취지가 사퇴 압박이 아니라면 (채 총장) 사표 수리 이전에 먼저 의혹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부지검 회의에 이어 15일에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북부지검ㆍ수원지검에서도 평검사 회의가 이어졌고 회의에서 비슷한 취지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지검의 한 평검사는 "(채 총장 사퇴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고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비슷한 의견을 가진 검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찰에 반발하는 것은 평검사들 뿐만이 아니다. 중간 간부들도 사퇴와 항의성 글 게재를 통해 집단적으로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김윤상 대검찰청 감찰1과장은 14일 법무부의 감찰 압박이 부당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과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며 법무부의 감찰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과장은 또 "(통상 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 전까지) 상당기간 의견 조율이 선행된다"며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과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일에 외압이 작용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도 같은 날 "총장의 언론보도정정청구로 진정국면에 접어든 검찰이 오히려 장관의 결정으로 동요하고 있다"며 "객관적 자료 발견을 위한 감찰 방법을 검사와 국민에게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국민이 특정 세력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정권에 밉보인 총장의 사생활을 들춰 총장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법무부는 14일 "법무부 장관과 차관은 총장 사퇴를 종용한 일이 없다"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법무부는 "최초 언론 보도 후 논란이 커지자 먼저 검찰 측에 공신력을 담보할 객관적인 방법으로 자체 진상규명을 하도록 권유했으나 검찰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며 "진상 확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장관이 독자적으로 (감찰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이 같은 해명에 일선 검사들은 '오히려 나가야 할 사람은 장관'이라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는 "정치적 외압을 막아내야 할 장관이 오히려 검찰 조직에 외압을 행사했다"며 "신망을 잃은 황 장관이 앞으로 직무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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