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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시골 목수서 중국화 대부로… 피카소를 뛰어넘다

■치바이스가 누구냐(치바이스 지음, 학고재 펴냄)<br>742억 세계 최고가 낙찰<br>'송백고립도' 그린 인물<br>94년 인생 자서전에 담아

노년의 치바이스(왼쪽)와 그의 손녀의 사진 속에서 작가의 소박한 예술관이 배어난다. 사진제공=학고재

치바이스가 77세에 그린 '새우' 사진제공=학고재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자더(佳德) 경매에서 4억2550만위안(약742억원)에 낙찰돼 중국 근현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치바이스의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 사진제공=학고재


치바이스(齊白石ㆍ1864~1957)가 누구냐.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자더(佳德) 경매에서 4억2,55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742억원에 낙찰돼 중국 근현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를 그린 인물이다. 경제성장과 부유층 인구 급증으로 세력을 키운 중국의 미술시장은 예술의 전통 강호 영국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점유율 1위(39%)로 올라선 터라, 치바이스 작품의 신기록 소식은 전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그 결과 치바이스는 세계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프랑스의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2011년 작가별 경매 낙찰총액 순위에서 지난 10년 이상 부동의 1위였던 파블로 피카소를 제치고 말았다. 지난해 세계에서 그림이 가장 잘 팔린 작가는 중국화가 장다첸(張大千ㆍ1899~1983)이 5억 달러(약 5,700억 원)로 1위였으며, '동양의 피카소'라 불리던 치바이스는 4억4,500만 달러(약 5,110억 원)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작가들에게 밀린 진짜 피카소의 낙찰 총액은 3억2,000만 달러(약 3,680억원)로 3위였다.

책은 가난한 시골뜨기 목수에서 20세기 중국화의 대부가 된 근대 화가 치바이스가 94년의인생을 마감하기 10년 전에 구술한 자서전을 기반으로 한다.

그의 본명은 춘즈(純之)이고, 바이스는 호이다. 서양의 침략과 관리의 부패로 혼란스럽던청 말 1864년, 중국 후난 성 샹탄 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치바이스는 농사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약해 조각을 배워 목공일을 했다. 당연히 제도권 미술 교육은 받을 기회조차 없었지만, 스승 후친위안(胡沁園)과 왕카이윈(王闓運)을 만난 덕에 글공부를 하고 그림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었다. 치바이스는 타고난 예술적 감각과 꾸준한 노력으로 시서화(詩書畵)를 익혀 생명감 넘치는 근대 문인화의 새로운 기풍을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 화가에 빗대어 박수근 같은 화가로 보면 이해가 쉽다. 한국의 근대 화단에 이중섭과 박수근이 있다면 중국의 비슷한 시기에는 장다첸과 치바이스가 있었다.

치바이스는 언제나 "말을 하려면 남들이 알아 듣는 말을 해야 하고, 그림을 그리려거든 사람들이 보았던 것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즐겨 그린 늙은 어부, 소, 말, 오리, 물고기, 새우, 게, 개구리, 나비 잠자리 등 가난한 고향 마을에서 흔히 보는 소재들은 친근함을 전해준다. 또한 간략한 선 몇 개로 흘리듯 그린 그림은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사물이 전달하는 느낌을 중시하는 자유로움이 충만하다.



치바이스가 목수 출신인지라 사람들은 그가 고상한 화제(畵題)는 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편견을 극복한 그가 처음 쓴 시는 "모란을 부귀라고 부러워 마소, 배와 귤의 단맛에는 떨어진다오"라는 내용이었다. 화려하게 꾸미거나 격식을 따진 시보다 자연을 노래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진정 모란보다는 배와 귤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지난해에 최고가 기록을 세운 '송백고립도'의 양 옆에도 전서체로 '인생장수, 천하태평(人生長壽 天下泰平)'이라는 4언 대련(對聯)을 적어 놓았었다.

말년의 치바이스는 중앙미술학원 명예교수로 초빙됐고, 1953년에 중국미술가협회 주석으로 당선됐으며 문화부로부터 '인민예술가'의 칭호를 받았고 1963년에는 세계평화평의회에서 선정하는 '세계 10대 문화거장'이 됐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치바이스 열풍'의 현 주소를 알 수 있는 이 책에는 작가의 대표작 150점이 수록돼 볼거리를 더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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