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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묵과해선 안될 일본의 탄도탄 개발

방어용·단거리 강조하나 공격용 장거리 전환 가능<br>군국주의로 가는 이정표 동북아 군비경쟁 불 보듯<br>북한 핵·미사일 자극 우려 막가는 日, 미국이 제어해야


일본이 탄도탄 개발에 나선다고 한다. 영토 분쟁 지역에 대한 중국의 공격에 대비하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의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나 보도대로 다음달 방위계획대강 중간보고서에 실리고 조사연구 비용이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다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배치 지역이 오키나와 지역이며 사정거리 500㎞이내의 단거리탄도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모양이나 어떤 명분과 운용계획을 들이밀어도 수용이 불가능하다. 동북아 지역의 정세에 일대 혼란을 야기하고 군비증강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일본 군국주의화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성능과 운용상의 제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련기술이 한참 떨어지는 우리도 300㎞에서 800㎞로 늘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듯이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초고성능의 대륙간탄도탄(ICBM)까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2번 발사에 21번 성공이라는 세계최고의 신뢰도를 지닌 H2A로켓을 순수국내기술로 개발ㆍ운용 중인 국가다.

핵무기만 탑재하면 대륙간탄도탄으로 활용이 가능한 이 로켓으로도 성이 안 차는지 일본은 보다 고성능의 H3로켓 개발에 들어갔다. 주변국가들의 무수한 항의와 의혹을 받아가면서도 막대한 플루토늄을 애써 보유한 일본이 탄도탄이라는 족쇄까지 벗으면 예측 불가능한 위험상황으로 흐르기 쉽다.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 속에서 장거리탄도탄 개발론이 노골적으로 나오는 상황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방어용이라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하 5~8의 속도로 날아가는 탄도탄은 그 존재 자체가 공격적이다. 설령 사정거리를 제한한 탄도탄이라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해군력을 자랑하는 해상자위대의 함정에 실려 발사될 경우 아시아ㆍ태평양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일본이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선택이 가능하기에 필연적으로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낳기 마련이다. 북한이 보다 당당하게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일본이 주변국의 반발이 뻔한 탄도탄 개발을 흘린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와 영토 분쟁으로 지지도 상승이라는 재미를 본 집권 자민당의 입지를 더 굳건히 다지고 군사력 강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정치적ㆍ군사적 속셈이 읽혀진다. 일본의 계산이 통할 수 있을지는 두 가지에 달렸다. 일본 내부의 반대 여론과 미국의 동의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후자를 얻어낼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아 일본은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을 무시하고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을 제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는 미국이 쥐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미국이 일본의 탄도탄 보유를 용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고 재정난 속의 국방비 부담을 덜기 위해 일본의 안보 분담을 추진해온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서 묵인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우리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삼는 한미일 간접 삼각동맹에서 한국만 배제되는 결과가 우려된다. 국민 정서에 비춰 일본의 재군비에 찬동하기는 더욱 어렵기에 지역의 집단안보 틀이 흔들릴 수도 있다.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자세가 요구된다.

만약 산케이신문이 오보를 냈거나 일본이 부인하더라도 여진은 남는다. 단거리든 중장거리든 일본의 탄도탄 보유는 시간상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다가올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틈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지난 역사와 오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일본은 미국의 뒤통수를 숱하게 때렸다. 일본을 세계 3강으로 인정한 채 합의된 1923년 워싱턴해군군축조약을 처음 깨트린 국가, 막대한 양의 미국산 수입고철로 전함과 항공모함을 제작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바로 일본이다. 오늘날의 일본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울까. 그렇지 않다.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식민지배와 학살, 인권 유린에 발뺌하는 일본에 주어질 탄도탄은 광폭하며 반성 유전자도 없는 깡패에게 주어지는 총기휴대증과 다름 아니다.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해 일본의 탄도탄 개발ㆍ보유는 백해무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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