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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EU 그리고 아시아 공동체


미국의 최대 위협 세력은? 대부분 사람들이 떠 올릴 중국을 “아니다”라고 말하는 최근 발행된 한 권의 책이 눈길을 끈다. ‘미국 시대의 종말’(The end of the American era). 저자 찰스 A. 쿱찬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책에서 미국의 진정한 맞수는 유럽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세계가 미국중심의 단극체제에서 새로 다가올 다극 체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가 정의하는 유럽연합(EU)은 기존의 정치적 범주에 들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공동체. 그는 경제나 기술에서의 우월성 이전에 EU 역내 각국이 지닌 엄청난 물적 자원과 지적 자산의 결집력이 발판이 돼 미국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지난 한 세기 굳건한 친선관계를 유지해온 양자간 틈이 벌어지며 기존의 질서와 안정이 흔들리고 대서양을 가운데 둔 극심한 지정학적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예측도 함께 하고 있다. ▦미국 시대의 종말을 이끌 유일한 체제로서의 유럽이 그런데 정치경제 양면에서 지금 별로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부진한 경제도 경제지만 믿었던 통합의 기대감이 퇴색하면서다. 꼭 1년 전 동유럽 10개국을 신규회원국으로 받아 들인 뒤 신구회원국 양측 모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서로의 영역을 허물어야 하는 노동 시장의 경우 특히 가장 큰 분란 요인이다. 서비스 시장을 두고도 말썽은 이어지고 있다. 가난한 회원국들의 서비스 덤핑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박힌 돌’들의 푸념이다. 공식 언어가 20개로 늘어나 통번역에만 연간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가 든다는 주장에 대해 유럽이 분열돼 서로 전쟁을 하게 되면 들어갈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반박은 흥미롭게 들린다. 통합의 부작용은 과정 요소요소에 어두운 그림자로 도사리고 있다. 당장 통합의 기초가 될 유럽 헌법 승인부터 헤쳐가야 할 길이 험난하다. 만약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성장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자칫 통합 자체가 엄청난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합의 이상을 좇다 현실의 어려움에 맞닥뜨린 지금 모습이지만 어쨌든 싸움을 일삼던 국가간 담장을 허물었다는 유사이래 엄청난 일을 해낸 EU와 맞대보면 아시아의 오늘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EU 통합 체제가 상징하는 건 세계화 속 지역주의.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 IMF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세계 질서가 서서히 약화되는 과정에서 팍스아메리카나와 맞서는 다극(多極) 체제로서 지역 통합의 의미도 있다. 이 같은 추세 속 아시아권 통합이 유럽이나 북미대륙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는 건 분명 큰 소리 칠 게 없는 현실이다. 유럽통합은 정책 결정자들과 엘리트 층에 의해 주도됐다. 실제로 유럽에는 좋지 않은 과거 유산을 씻고 대륙을 통합하고자 하는 확고한 정치적 의지가 오래 존재해왔으며 상호 적대 관계를 종식시킨 프랑스-독일 간 합의가 사실상 EU 탄생의 핵심이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 지도자들에게는 통합을 이루고저 하는 유럽과 같은 형태의 정치적 의지가 아직도 형성되지 못한 상태다. 책임은 특히 각국 정치권에 있다.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는 한일 및 중일간 과거 유산의 문제는 대표적 사례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마리 코끼리가 싸우면 아시아란 들판은 엉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된다면 한층 더 쑥대밭이 될 것이다.” 중국과 일본 관계란 매우 특수한 체제, 그것을 보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전총리의 눈은 통렬하다. 프랑스-독일의 EU, 중국-일본 그리고 한국이 낀 아시아. 그 콘트래스트가 아시아국들에게 자신을 비쳐봐야 할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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