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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뛰어난 한국 안경사들과 안경렌즈의 중요성을 알려나가겠습니다."
세계 안경렌즈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프랑스 기업 에실로의 한국 시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토프 비라드(사진) 에실로코리아 대표는 한국 안경사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안경사는 실력이 우수하다"며 "대학 졸업 후 국가고시를 거쳐 안경사협회의 정규교육을 마쳐야 자격을 취득하는 까다로운 요건을 유지하는 나라가 흔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40개국 322개의 연구소와 12개국 18개 공장을 운영하는 에실로는 지난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100대 혁신기업 중 25위에 이름을 올렸다. 160년 동안 안경렌즈 한 분야만 집중해온 기업으로 누진다초점렌즈(Progressive Additional Lens)도 지난 1959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누진다초점렌즈는 안경렌즈의 위에서부터 도수를 점진적으로 배열해 원거리와 근거리를 하나의 안경으로 볼 수 있는 노안 교정렌즈다.
비라드 대표는 "프랑스에서는 노안이 시작되면 안경착용자 중 80%가 누진다초점렌즈를 선택하지만 한국에서는 약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누진다초점렌즈는 렌즈를 안경테에 어떻게 장착하느냐에 따라 성능 차이가 있는데 한국 안경사들의 뛰어난 실력이 어지럼증 등 발생 가능한 부작용까지 잡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그는 에실로의 누진다초점렌즈 바리락스를 알리기 위해 나전칠기ㆍ전통활 등 각 분야의 장인들에게 안경을 후원하기도 했다.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안경테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반면 렌즈는 저렴한 것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며 "내 몸의 일부에 필요한 장비인 만큼 안정성과 정교함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하지만 자동차 고를 때보다 소홀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비라드 대표는 "에실로는 전체 매출 중 5%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한다"며 "한글ㆍ알파벳ㆍ한자 등 글자에 따라 시야 차이가 있는지, 얼굴 형태에 따라 시력이 다른지 등을 연구한 결과 인종에 따라 독서 자세가 달라 시야확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인을 위한 'KAN시리즈'는 그렇게 탄생했다"고 자부했다.
프랑스 광학전문대학원(Graduate School of the Institute of Theoretical and Applied Optics)을 졸업한 그는 일본 도쿄공업대 산하의 연구소(Tokyo Institute of Technology) 인턴을 거쳐 프랑스 HEC비즈니스대학의 경영학석사를 마쳤다.
13년간의 에실로재팬 근무에 이어 2006년 에실로코리아 대표로 자리를 옮긴 그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나이트클럽 갈 때 해외여행을 위한 경비를 모으는 나름 진지한(serious) 학생이었다"며 "외국에서 근무하면서 외로울 때가 많지만 '내가 누구인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경험은 인생에서 중요하다. 아시아에 직장을 고른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에실로코리아의 모바일 앱 등을 직접 개발할 정도로 정보기술(IT) 마니아인 그는 한국을 소개하는 프랑스어 블로그(http://sites.google.com/site/seoulweekend/)를 운영하고 있다. 비라드 대표는 "남한산성ㆍ수원화성 등 자연과 어우러진 산성에 오래된 돌이나 고성 공룡박물관의 거대한 공룡 발자국은 나이와 상관없이 매력적인 볼거리이며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문화유산"이라며 "'아시아의 허브' '모던 코리아' 등 한국에 대한 추상적인 안내보다 자연경관과 먹거리 등 구체적인 정보가 더 눈길을 끈다. 내 블로그를 보고 한국으로 여행 온 프랑스인도 제법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에서 한국은 '은둔의 왕국'북한보다 더 정보를 찾기 어려운 나라"라며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 있지만 내가 본 한국을 블로그에 올려 한국을 좀 더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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