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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말 잔치는 이제 그만
입력2006-12-25 16:30:32
수정
2006.12.25 16:30:32
김광수 기자
올 한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집값일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보다 집값 폭등이 올해 국내 뉴스로 더 꼽히고 있으니 집값이 국민에게 준 스트레스는 핵폭탄보다 위력이 셌던 셈이다. 6억원 이상의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종부세를 비롯한 세금폭탄에 흥분하고 6억원 이하의 집을 가진 사람은 왜 우리집 값은 강남처럼 안 오르냐고 분개한다. 집 없는 사람들은 미친 듯이 오르는 집값에 좌절하며 상대적 박탈감으로 분노를 넘어선 적대감을 분출한다.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가 악성 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집값 화두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놓칠 수 없는 호재다.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내는 ‘부동산 말잔치’는 이 문제를 외면하고는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는 것 같다. 반값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등. 이 모든 대책이 후유증 없이 값싸고 환경 좋은 내집 마련으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서민들로서는 한 표 아니 열 표, 백 표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정치권의 ‘말의 성찬’이 가져올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다.
내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합의한 반값 아파트는 말 그대로 ‘시범’으로만 끝나 분양받은 일부 서민들을 반값 인생으로 만드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전ㆍ월세 인상률 제한 발언이 나오자 정책이 실시되기 전에 집주인이 대폭 보증금을 올려 세입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제한하면 공급부족으로 집값 안정이 아니라 집값 폭등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지울 수 없다. 이 같은 시장의 반란이 현실화하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말로 온 동네를 다 겪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이룰 수 없는 것을 말만으로 해결하려 드는 것을 빗대 하는 말이다. 최근 쏟아지는 정치권의 부동산 관련 정책들은 이 속담을 떠올리게 해 영 개운치 않다. 집값 안정을 내세워 내뱉는 무수한 정책들이 내집 마련에 힘겨워하는 서민들을 두번 울리는 ‘말의 성찬’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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