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이해찬, 안철수에게 비장한 한마디
5개월 만에 물러나며 "김대중·노무현 존중해달라"안철수에 뼈 있는 한마디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왼쪽 사진)와 이해찬 전 민주통합당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故)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을 청산 대상으로 모는 것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입니다."
18일 사퇴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당대표실에 들어선 이해찬(사진) 민주통합당 대표의 표정은 비장했다. 당 대표 취임 5개월여 만에 평당원으로 돌아간 그의 회견문에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로부터 구태세력으로 몰려 희생양으로 전락한 데 대한 격정과 분노가 곳곳에 묻어났다.
"오직 정권교체와 단일화를 위한 하나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회견문을 시작한 이 대표는 말미에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중해달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그분들이 이끈 정당이고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른바 동교동의 분들, 그리고 이른바 친노는 그분들과 함께 민주화 운동의 사선을 넘었고 평화적 정권교체와 참여적 정치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라고 썼다. "민주당을 구태 정당으로 지목하고 이 사람들을 청산 대상으로 모는 것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했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물러나지만 '친노=구태세력'이라는 등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항변이다.
이 대표는 "정권교체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라며 "우리의 거취가 단일화를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안 후보가 겉으로는 정치ㆍ정당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일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자신의 거취를 문제 삼은 것 아니냐는 일침으로 읽힌다. 당 안팎의 거센 퇴진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결단을 끝까지 기다려준 문재인 후보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문 후보의 고뇌를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진실하고 의리가 있으며 국민의 삶과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전격 사태로 민주당 지도부는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표대행은 문 후보가 맡는다. 이 대표와 함께 인적쇄신 대상으로 거론된 박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이후 물러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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