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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산책] 거지와 LA의 부동산 가격

심 양 보 <㈜자유여행사 대표이사>

‘제17회 한국국제관광전(KOTFA)’이 오는 6월3일부터 6일까지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만큼 훌륭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필자는 지난 4월 말 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파우와우(POWWOW) 2004’의 참가를 위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다. 이는 세계 3대 관광전의 하나로 전세계 관광업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비즈니스의 장(場)’이다. 이 행사에서는 5,000명이 넘는 참가단의 규모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진행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오찬을 진행시키고 투숙호텔과 컨벤션센터간에 정확히 차량을 배치하는 것 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더구나 호텔로 오는 도중 한인교회에서 나와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는 한국인도 한몫하는구나 해서 왠지 마음이 뿌듯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시내에서 24시간 운영되는 ‘할매집’ 식당 앞에서 착잡한 마음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웬 거지행색의 한국인이 방문객들의 손을 잡고 사탕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때 미국에서 한국인 거지를 처음 보게 됐다. 미국에만 가면 다 성공하는 줄 알았는데 세상사는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 같아 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보다 나은 환경, 보다 높은 지위와 보다 많은 부(富) 등 일명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를 했다. 한국에서의 어려운 생활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노력이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인들이 대규모로 미국에 이주하면서 미국의 부동산 가격도 이에 따라 올랐다 내렸다 한다고 한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연평균 20% 이상씩 상승되고 특히 그 상승폭은 한국의 정치적 변혁기에는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의 정치상황과 한국인의 미국 이주율, 그리고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태어나 생활했던 곳이 아닌 전혀 다른 낯선 곳에서의 적응이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는 의문이다. 내가 본 그 거지도 큰 꿈을 안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해 그렇게 된 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사람들이 마음놓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 누구나 작지만 소중한 꿈을 갖고 사는 나라, 그리고 그 꿈을 현실에서 열매맺을 수 있는 나라, 그런 한국이 될 수 있는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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