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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일] 미네르바의 교훈

인테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네르바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언하고 나아가 환율급등ㆍ주가하락 등 현재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금융위기와 경제위기 상황을 몇 달 앞서 예측한 것이 들어맞으면서 인테넷상의 경제장관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그때는 그저 네티즌들에게 국한된 인기였는데 최근 정부가 이 정체불명의 논객에게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죄명(?)을 붙이려는 순간 인터넷공간을 뛰쳐나와 이제는 국민적 관심을 받는 예언자(?)가 되고 말았다. 결과론적이지만 정부는 ‘건드리면 커지고 번지는’ 인간 심리의 오묘한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어찌 됐든 미네르바는 오늘날 우울한 초겨울을 맞이한 대한민국에서 한편으로는 ‘묻지마식의 괴담유포자’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재야의 뛰어난 경제 논객’으로 자리매김했다. 사회혼란때 나타나는 현상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미네르바가 누군지, 그의 예언이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미네르바가 혹세무민한다 치더라도 이런 예언자 내지 점쟁이에게 귀를 기울이는 원인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사회가 안정돼 있고 지도층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다면 이런 일이 생겨날 수가 없다. 임꺽정ㆍ홍길동ㆍ허생원 등 우리 역사 또는 민중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의적과 기인이 어떤 상황에서 민중의 가슴을 사로잡았는가. 혹세무민으로 처형된 동학의 창시자 최재우는 어느 시대에 태어나서 무엇을 설파했기에 농민을 혁명의 대열에 서게 했는가.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국가와 사회가 극도로 혼란하고 나아가 지도층에 대한 민중의 불신이 고조됐을 때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오늘날 우리가 미네르바 문제를 다루면서 임꺽정ㆍ홍길동ㆍ허생원ㆍ최재우 등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역사의 교훈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면 당시의 지도층이 그들을 반도ㆍ역도ㆍ괴적ㆍ혹세무민죄 등으로 정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피폐해지는 나라는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이들을 단죄함으로써 민중과 지배층의 소통이 단절되고 나라는 점점 더 누란(累卵)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어간 반면 그들은 민중소설과 역사 속에서 민중의 친구로, 불멸의 정의로 부활했다. 오늘날 미네르바가 등장하는 상황 또한 과거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의 상황이 단순한 금융위기 차원을 너머 경제전반에 걸친 위기라는 것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뿐 아니라 경제를 잘 모르는 대다수 국민들도 벌써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이미 외환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겪어본 터라 금번 상황이 단순히 위기라고 해서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정부와 국회가 과연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해나갈 능력이 있는가 하는 데 의문부호(?)를 찍고 있기에 민심이 불안한 것이다. 대통령은 바쁘게 다니면서 일하는 모습은 보여주는 데 그 지도력 밑에서 일하는 당정청은 손발이 맞지 않고 삐걱거린다. 단호하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는 머뭇거리고 의사결정이 지연되기 일쑤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는 과연 국회가 지금 현재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제도적인 문제 외에는 큰 문제도 없어 보이는 쌀소득 직불금 문제를 가지고 여야가 아전인수식(我田引水)식 으로 서로 은폐니 의혹이니 자가발전(自家發電)하면서 과감한 경제위기 타개책을 마련해야 할 정기국회 회기를 소모적인 국정조사에 소진하고 있다. 역사의 긴 안목에서 보면 미네르바는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하다. 미네르바가 한두 가지 사항을 맞혔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군다나 그는 그간 익명(匿名)의 뒤편에 숨어서 얘기했기에 개인의 명예와 국민의 운명을 건 책임 있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정부는, 국회는 다르다. 그들의 언행과 행동 하나하나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 위기타개에 올인하면서 카리스마 있고 신뢰 받는 언행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미네르바는 혹세무민죄로 단죄되지 않아도 황혼과 함께 어둠의 뒤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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