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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은행의 고배당' 소회

[데스크 칼럼] '은행의 고배당' 소회 이용택 ytlee@sed.co.kr 기업 이익이 나빠졌는데도 배당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바로 은행의 고배당 때문이다. 그 수혜자는 단연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지난 한해 내내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더 가져가게 됐다. 아이러니하기만 한 이 같은 현상은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탓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 문제가 없다. 은행도 이윤을 내는 기업인 만큼 이익을 많이 냈으면 배당을 많이 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독과점적 이윤체계의 산물 그런데도 은행의 고배당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은행이 독과점적인 이윤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고, 그중 상당액은 수많은 서민들의 아픔으로 잉태됐다는 데 있다. 은행 역시 기업이고 은행 상품도 일반 기업상품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를 적용하면 지금의 구조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은행은 정부가 콜금리를 올리면 그 폭에 맞춰 시중금리를 올리고 예대마진도 조정하면 그만이다. 금리가 오르든 아니면 내리든 은행 수익과는 별 상관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예대마진을 늘리는 기회로도 활용된다. 상품 내용도 모두 비슷비슷하다. 상품이 싸면서 품질도 좋아야 살아남는 게 시장 논리고 상품 수명이라고 보면 은행 상품은 이에 맞지 않는다. 상품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 있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은행은 상품을 팔아 매년 사상최대의 수익을 내고 있다. 돈을 빌리기 싫어도 빌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 널려 있는 탓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은행의 이익은 늘어나고 배당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의 고배당도 이의 산물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한가지가 더 첨가됐다. 은행의 국내외 주식형펀드 판매다.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개발하면 은행은 상품내용만 설명하고 판매하면 된다. 그 상품이 손실이 나건 말건 관계없이 은행은 판매수수료를 뗀다. 손실에 대한 책임은 자산운용사의 몫일 뿐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실패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현실이 이러니 은행의 사내 복지가 일반 기업보다 좋을 수밖에 없고 은행 창구직원 모집에 석ㆍ박사급 인재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신이 내려준 직장'이라고 불리는 곳의 상당수가 바로 은행인 것이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은행이 이런 체제를 갖추게 된 데는 국민의 혈세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환란 위기 때 은행 통폐합과 경쟁력 강화에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은 결과가 지금의 은행 구조다. 이는 국민이 은행을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이상으로 보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은행이 국내의 그 어느 기업보다 건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력은 검증된 바 없다. 은행이 국가경제에 어떤 보탬이 되고 있는지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한다. 해외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인정받아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은행도 아직 없다. 마진 낮추고 상품경쟁 해야 이런 상황에서는 은행의 수익이 늘어나면 날수록 비난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은 이윤을 내는 기업이라는 강변 역시 설득력을 잃는다. 은행의 이윤구조는 기업의 그것과 너무나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은행의 고배당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마진을 낮추고 은행마다 다양한 상품으로 경쟁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진입기반을 낮추고 은행과 증권ㆍ보험이 경쟁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통합법을 하루 빨리 시행하는 것도 그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면 살아남고 패하면 도태되는 게 바로 기업과 상품의 생리다. 이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한 '햇빛이 내리쬘 때 우산을 빌려준 다음 비가 내리는 순간 돌려 달라고 하는 인간'이 은행가라는 비아냥이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은행의 고수익ㆍ고배당 발표는 항상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입력시간 : 2007/02/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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