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를 대로 올랐지만 대로변 땅이라고 3.3㎡당 1,000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너무 비싸 거래는 거의 안 이뤄집니다." (대구 괴전동 B공인 관계자)
2012년 토지시장은 불황과 뉴타운 출구전략의 직격탄을 맞은 수도권과 정부ㆍ공기업 이전 등으로 개발이 본궤도에 올라서는 지방 혁신도시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던 한 해였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 중 올 한 해 가장 땅값이 많이 오른 곳은 지난해 대비 2.69%(11월 말 현재) 상승한 세종시다. 정부부처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세종시는 지난 3월부터 9개월 연속 지가 상승률 1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0.33% 상승에 그친 서울시는 전국평균(0.87%)을 한참 밑돌면서 꼴찌를 기록했다. 불황과 더불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침체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다.
이 같은 세종시의 부상과 서울시의 몰락은 지금껏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가격과 거래를 선도했던 '팍스 서울'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지가상승률은 '지방시대'의 개막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올 한 해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곳 중 4곳은 정부부처ㆍ공공기관 이전을 앞둔 세종시와 혁신도시였다. 세종시가 2.7%의 지가상승률을 보이며 2위를 차지했고 신서혁신도시가 있는 대구 동구(2.42%), 원주혁신도시가 조성되는 강원도 원주시(2.17%)와 전북혁신도시가 자리하는 전북 완주군(2.17%)도 땅값이 크게 올랐다. 엑스포가 열린 전남 여수시(2.38%),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강원도 평창군(2.36%),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ITX경춘선 개통으로 서울 접근성이 높아진 춘천시(2.28%), 명지국제도시ㆍ에코델타시티 등의 개발호재가 풍부한 부산 강서구(2.28%)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수도권에서는 하남미사 보금자리와 감일ㆍ감북 보금자리, 신세계 복합쇼핑몰 등의 개발계획이 잇따르면서 4년째 땅값 상승률 1위 자리를 지킨 하남시(3.17%)가 유일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에도 개발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만 땅값이 오르고 있고 전반적으로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지방이라도 개발 재료에 따라서 토지시장이 점의 형태로만 움직임을 보였을 뿐 전반적으로 침체됐던 한 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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