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가인 저자가 대중문화를 토대로 재난과 생존 시나리오를 분석한 책이다. 사스(SARS)와 전염병 공포, 동시다발적인 세계 경제 침체, 동남아시아의 쓰나미, 일본의 대지진 등 지난 10년간 지구촌은 이 같은 사건을 연이어 마주했다. 저자는 여기서'불가항력'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개인의 힘으로 아무리 버텨봤자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올 파국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막연한 불안은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방법까지 봉쇄하고 만다. 그래서 저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일본 만화, 좀비 영화,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에 나온 파국 상황을 예로 들어 극한에 놓인 생존자들의 행동 패턴을 찾았다. 전쟁과 테러, 경제적 파국, 조난과 표류, 전염병 등 상황 별로 나눠 피신, 건강 악화, 심리적 공포 등에 대처하는 방법을 탐색했다. 만화, 소설, 영화 속엔 수많은 종류의 재난이 등장하고 그 재앙의 상황에 적응하며 생존해가는 주인공들이 있다. 저자는 이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공통점을 찾았다.
핵전쟁으로 지구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살아남아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그린'최후의 성, 말빌', 한강의 밤섬에 표류하는 남자와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소녀 이야기를 다룬'김씨 표류기', 남녀를 한 집에 몰아넣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방송에 담아내는 쇼'빅 브라더'등 수많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재난 상황의 생존분투기를 문화비평가의 시각에서 흥미롭게 풀어낸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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