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과 회담한 직후 "바루파키스 장관이 9일까지 IMF에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결과 효율적인 협력이 모두의 이익이 된다는 데 동의했고 계속되는 불확실성이 그리스에 이롭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바루파키스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모든 채권자들에게 무한한 책임을 지겠다"며 "그리스를 개혁하고 채권단과의 협상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리스와 IMF는 채무상환 관련 절차 이행 등에 대한 논의를 6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당장 다음주만 해도 14일까지 14억유로(약 1조6,800억원) 규모의 단기국채(6개월 만기 T빌) 상환 만기일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가 근본적인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진좌파와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관계자들은 그리스가 급진좌파 세력에 휘둘려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했으며 그들의 큰 관심사는 구제금융이 아닌 그리스 정부의 성향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시리자(급진좌파 연합) 내 급진좌파의 의견에서 한발 멀어질 때 구제금융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한 유로존 관리도 "치프라스 총리가 그리스 총리가 될지, 시리자 지도자가 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1월 그리스 급진좌파 정부 등장 이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유로존 국가들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리자는 그동안 긴축 철회, 구제금융 재협상, 채무 탕감 등을 주장하며 사사건건 유로존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게오르게 파굴라토스 아테네경영대 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치프라스 정부는 지금의 대중영합주의에 매몰된 극단적인 좌파연합에서 조금 더 오른쪽으로 옮겨 중도좌파 연합을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